[빅데이터와 금융산업] 잘쓰면 고객맞춤 혜택… 잘못쓰면 정보유출 위험

입력 2014-10-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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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아닌 필수" 소비 DNA 만들어 활용 ... 카드사 활발, 은행권 조심

#다음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 직장인 A(35)씨는 예비 신부에게 감동의 프로포즈를 선사하기 위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찾았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유명 명소보다는 색다른 둘만의 공간을 찾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저녁시간이 가까워지자 다급해진 A씨는 내키지 않았지만 유명한 레스토랑에 예약을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 순간 A씨의 스마트폰에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카드사에서 보낸 이색 프로포즈 장소 정보와 할인쿠폰이었다. 앞서 예식장 예약과 웨딩촬영 등 결혼을 준비하면서 카드결제를 많이 한 덕분에 카드사에서 A씨가 필요한 정보와 할인쿠폰을 제공한 것이다.

#새벽 3시에 B씨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카드사 상담 직원이 경기도 한 유흥주점에서 B씨의 카드가 잇따라 결제되고 있다는 전화였다. B씨의 소비 장소가 주로 서울 여의도 회사 근처와 집 근처 강남으로 한정된 까닭에 카드사에서 이를 수상히 여겨 B씨에게 확인 전화를 한 것이다. B씨는 급하게 지갑을 열어봤다. 역시나 어디에서 흘렸는지 카드는 없었다. B씨는 이 사실을 상담원에게 알려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금융권의 빅데이터 활용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고객이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소비 DNA 모형을 만들어 실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명분 아래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앞서 카드사에 국한됐던 빅데이터 활용 영역이 은행과 보험 등 전 금융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국내 금융산업에서 빅데이터 활용 범위는 제한된 상황이지만 데이터 유입과 집적량이 많아 빅데이터의 활용 가치 또한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빅데이터란 기존의 방식으로는 저장, 관리, 분석이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크고 빠른 순환속도의 형식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의 총칭이다. 금융산업에서는 고객정보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할 뿐만 아니라 상품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권의 빅데이터 활용 영역은 사실상 전방위에 걸쳐 있다”며 “금융회사가 고객정보, SNS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또는 서비스 기능을 제공하는 형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기 거래 방지와 금융 보안 향상 등에도 빅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 보험사기, 신용카드 도용 등 금융 관련 부정행위 방지, 대출 및 카드발급과 관련된 심사의 정확도를 향상시키거나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 개발에 활용하기 위한 신용평가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가장 활발한 곳은 카드업계다. 마케팅은 기본이고 고객맞춤형 상품 제공, 사기거래 탐지 등 범위가 가장 넓다.

허재영 삼성카드 부장은 “카드사는 고객정보, 가맹점 정보, 고객과 가맹점 간 결제정보를 분석하면 고객에게 필요한 실용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고객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샀는지 일정 패턴을 읽어내게 되면 고객은 더 많은 혜택을 받고, 가맹점은 더 많은 소비자를 끌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의 사례처럼 은행과 보험에 이르기까지 선진 금융회사들은 이미 마케팅은 물론 금융상품 개발, 시장분석, 소비 트렌드 분석, 이상 징후 탐지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씨티그룹은 고객의 카드사용 시점, 장소 등을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한다. 미국의 상업은행인 로클랜드트러스트은행은 고객의 카드 거래를 분석해 타킷 마케팅을 하고 있다. 스페인의 산탄데르은행도 해당 고객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상품만 골라서 따로 상품 소개 책자를 보낸다.

그러나 국내 은행권은 빅데이터 활용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일부 은행에서 마케팅 분야에 시범적으로 활용, 준비하는 단계에 있지만 보안성과 안정성에 대한 신뢰 확보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본격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선 개인 정보에 대한 수집과 분석이 이뤄져야 하는데 여기서 개인정보 유출 등의 민감한 사안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초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로 개인정보 보안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비정형 데이터의 활용 경험이 부족하고 데이터 보완 및 데이터 분석 활용을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나 관련 인력 양성이 미흡한 것이 빅데이터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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