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의 따뜻한 금융]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

입력 2018-03-0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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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정부가 총리 주재 국정 현안 점검조정회의 논의를 거쳐 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사회적가치기금’,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 및 민간투자 활성화 등 사회적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에는 민간이 주도하는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가 발족하여 민간부문에서의 재원을 조성하고 그동안 정부 주도로 발전해온 사회적 금융을 확장하기 위하여 그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으로 그동안 자금 부족으로 목말라하던 사회적 금융 시장에 많은 재원이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에 있어서 재원은 인체에 흐르는 피와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사회적 금융에서는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근본 목적이 존재하기 때문에 돈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재원의 공급과 선순환만 강조하는 사회적 금융이 실패할 수 있는 이유이다.

사회적 금융은 관계 금융이다. 일반 금융은 수익성과 안정성이 중요하여 비가 오면 빌려준 우산을 거두는 반면, 사회적 금융은 고객이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고 재무적 안정성을 이루면서 투자한 돈을 잘 갚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비 오는 날 우산을 회수하기보다는 함께 우산을 쓰고 걸어가면서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사업의 성공을 함께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고객과의 밀접한 관계가 형성된다. 고객과 함께하는 금융이다. 이는 물적 담보가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는 고객과의 상호 신뢰를 통해 위험을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회적 금융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계 금융을 통하여 고객에게 필요한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업 진행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이들은 금융 지식뿐만 아니라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를 경영 금융 등 시장적 방법을 결합하여 해결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 사회적 미션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전문인력을 보유한 중개 금융기관이 많아야 사회적 금융이 발전할 수 있다. 이들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이나 프로젝트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적정한 방식의 금융을 제공하고 사후관리를 통해 프로젝트들이 성공하도록 돕는다.

2016년 휴면예금법을 통과시키고 매년 5억 달러에 상당하는 휴면예금을 복지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일본은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생태계, 특히 전문인력과 금융 중개기관이 육성되어 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한다. 돈은 있는데 그것을 운영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사회적 경제의 개념을 정착시켜 온 유럽에서는 이들에게 재원을 공급하는 사회적 금융 시장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주체들이 자연스럽게 형성돼 유기적 생태계가 작동하고 있다.

재원은 물론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돈보다는 생태계 육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특별히 사회적 금융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재무적 안정성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금융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중개 금융기관이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재원 공급 중심의 정책은 준비되지 못한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정권의 미소금융 사례에서 충분히 경험하였다. 사회적 금융은 사람 중심의 금융으로, 그 실행과정에서 돈보다는 사람이 보여야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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