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닛 아쿠아' 제러미 리프킨 "금융자본에서 생태자본으로 넘어가고 있다"

입력 2024-09-10 13:00 수정 2024-09-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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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에서 유목으로 재전환…'임시 사회' 도래
"3D 프린팅으로 인한 팝업 도시 탄생할 것"
기후위기 대응, 동ㆍ식물에 대한 '공감' 중요

성장에서 번성으로,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효율성에서 적응성으로, 소유에서 접근으로, 지식 재산에서 오픈 소스(open source)로, 금융자본에서 생태자본으로 넘어가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민첩한 중소기업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 (민음사)
▲제러미 리프킨 (민음사)

9일 한국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난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기후위기로 인한 미래사회를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효율이라는 것은 인간이 소비를 위해 만든 개념이지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GDP(Gross Domestic Product)라는 정말 의미 없는 개념에서 '삶의 질 지표'(QLI·Quality or Life Index)로 넘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리프킨이 말하는 '삶의 질 지표'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 얼마나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얼마나 깨끗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지 등을 목록화한 것이다. 그는 "지정학 중심이 아닌 생태 중심의 정치가 부상하고, 국가와 국경의 경계가 흐릿해지며 생태 지역으로 개념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책 '플래닛 아쿠아' 표지 (민음사)
▲책 '플래닛 아쿠아' 표지 (민음사)

그는 이번에 '플래닛 아쿠아'(민음사)라는 책을 펴내 화상으로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전례 없는 기후 재난으로 멸종 위기에 직면한 인류가 이 같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밝힌 책이다.

리프킨은 이제껏 '3차 산업혁명',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 등의 책을 통해 미래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왔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소리'로 불리는 리프킨은 23권에 이르는 저서를 펴냈는데, 전 세계 35개 언어로 번역됐다.

리프킨은 2년 전에 출간한 책 '회복력 시대'에 이어 이번 책에서도 '회복력'과 '적응성'을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으로 내놨다. 인류가 정착 생활에서 다시 유목 생활로 회귀하며 '임시 사회', '임시 도시'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지는 팝업 도시가 탄생할 것"이라며 "사람들은 이동하면서 자유롭게 해체하고 재조립할 수 있는 집들을 가지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류는 지속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살게 될 것이기 때문에 기후 여권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러미 리프킨 (민음사)
▲제러미 리프킨 (민음사)

리프킨은 '임시 사회', '임시 도시'가 도래하면 그에 맞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쉽게 분해하고, 수리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가구를 판매하는 이케아처럼 순환경제를 창출하는 기업이 미래 사회를 이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생산성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에서 재생성을 촉진하는 수(水)생태주의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리프킨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본주의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발생시키지만 수생태주의는 순환성을 조성한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인류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삶의 태도로 '공감 능력'을 강조했다. 리프킨은 "가끔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우리 DNA에는 공감 능력이 깊이 뿌리 박혀 있다"라며 "동물과 식물에 대한 공감 능력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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