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속세, 기업에 지나친 희생 강요”

입력 2024-11-1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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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가 18일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5가지 이유’ 보고서를 통해 상속세제를 개선해달라고 국회에 호소했다. 세계 최악 상속세가 기업의 계속성과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25년간 굳어진 낡은 제도다. 최고세율은 50%지만 상속재산이 주식인 경우 최대주주 20% 할증평가가 적용돼 실제 상속세율은 60%에 달한다. 정부는 최고세율을 40%로 10%포인트(p) 낮추고 최저세율(10%) 과세표준 상한을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올리면서 30억 원 초과 50% 세율 구간을 없애기로 했다. 최대주주 할증 과세도 폐지한다. 자녀 한 명당 받을 수 있는 공제금액도 현행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러한 세법개정안은 9월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약탈적 상속세에 대한 문제의식은 새로운 게 아니다. 역대 정부에서 논의된 적 있지만 재벌 특혜, 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혀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윤석열 정부의 개정안도 큰 틀의 개혁과는 거리가 먼 미세 조정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입법 권력을 쥔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해 통과 여부는 안갯속이다.

이번 보고서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한 우려와 함께 기업 현장의 절박함이 담겼다. 대한상의는 “보호무역과 자국우선주의가 강화되는 글로벌 경제 질서 속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하는 우리 기업들에 세계 최고수준의 상속세 부담을 지우는 것은 지나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했다.

엄살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상속세 부담으로 인한 기업 매각 혹은 오너 일가의 분쟁이 다반사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술 기업 한미약품에선 모친과 아들 형제 측의 고소·고발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부조리한 세금 함정에 빠진 기업에 혁신과 성장을 위한 미래 투자를 바랄 순 없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기업이 중요하다면 적어도 상대적 박탈감은 없게 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상속세가 있는 24개국의 평균 최고세율은 26%로 우리나라의 2분의 1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세 비중도 OECD 평균(0.2%)보다 3배 이상 높다.

상속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저평가)의 근본적 원인이다. 대한상의는 “주가가 상승하면 기업승계 비용이 증가한다”고 꼬집었다. 해외에서도 과도한 상속세가 국익에 부정적이란 시각은 비슷하다. 영국 다이슨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노동당의 상속세 20% 강화 정책에 “경제가 갈가리 찢기고 있다”고 했다. “이는 기업가 정신의 죽음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 기업가들이라고 다르겠나.

상속세가 부자들만의 세금인 것도 아니다. 지난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2억 원을 넘었다. 중산층도 억대의 상속세 고지서를 받아들 수 있다는 뜻이다. 상속세 대상 상속인 수는 2000년 1389명에서 지난해 1만9944명으로 14배 늘었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공제 한도만 늘리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다. 유산취득세 전환을 포함해 시대착오적 상속세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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