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0.76명 합계출산율’ 반갑지만 갈 길 멀다

입력 2024-11-2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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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출생아 수가 약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7~9월 출생아 수는 6만1288명으로 1년 전보다 4523명(8.0%) 늘었다. 9월 한 달 동안 2만590명이 태어났다. 올해 7월 이후 3개월째 증가세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1884명(10.1%) 늘었다. 합계출산율도 상승곡선이다. 3분기 0.7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5명 증가했다. 2015년 4분기 이후 첫 반등이다.

9월까지 누적 합계출산율은 0.74명으로 통계청이 지난해 장래인구추계를 통해 추산한 올해 합계출산율(0.68명)을 웃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올해 연간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모두 9년 만에 플러스 전환이 기대된다. 주영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강연에서 “올해 합계출산율은 작년 0.72명보다 높은 0.74명 내외로 전망된다”고 했다.

올해 전망치 0.74명이나 3분기 0.76명은 인구 감소를 막을 마지노선인 합계출산율 2.1명과는 격차가 크다. 이런 수치를 놓고 감격할 수는 없다. 다만 반전의 기미는 엿보이니 그나마 반갑다. 결혼·출산 인식도 바뀌고 있다. 지난 9월 저출산위가 25~49세 국민 2592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한 결과 미혼남녀의 65.4%가 결혼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3월 1차 조사(61.0%) 때보다 4.4%포인트(p) 높아졌다. 자녀가 필요하다는 20대 후반 여성과 남성은 각각 13.7%p, 9.7%p 늘었다.

물론 갈 길은 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1.0명 이하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같은 이들이 인구 감소 위협을 논하는 자리에서 약방 감초처럼 한국을 들먹이는 것이다. 민망하게도, 세계적으로 우리만 한 반면교사가 따로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문제 해결에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저출생대응수석실을 만들고,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신혼부부에 100만 원의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등의 지원책도 있다. 국회 또한 관련 입법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발상의 대전환도 필요하다.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 공개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비혼 출산이 일례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출생 통계에서 혼인 외 출생아 비중이 4.7%(1만900명)로 역대 최대지만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가·민족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인구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기존 관습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출산·육아를 방해하는 요인들을 모두 탁자 위에 올려놓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각종 규제 혁파에도 공을 들일 일이다. 기업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를 덜어내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일·가정 양립 우수 기업들이 줄지어 나올 수 있다. 국부를 낳는 것도 기업과 산업이지만, 아기를 반기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결국 기업과 산업이다. 여성들이 출산·육아 탓에 경력 단절의 아픔을 겪거나 페널티를 받게 되는 구조적인 허점만 해결해도 언제 들어도 반가운 아기 울음소리는 커질 수 있다. 숨은 그림의 한복판에 기업이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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