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의 예술과 도시] 22. 12월7일 재개관하는 노트르담 대성당

입력 2024-11-2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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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아트 대표이사·백남준포럼 대표

프랑스 대혁명 지켜본 역사현장
종교·문화·건축양식 녹아든 寶庫

대화재 발생 5년 만에 복구 마쳐
백년전쟁 때 영국왕 즉위식 열려
재개관 앞두고 입장료 논란 일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자 프랑스인의 종교, 문화, 역사 그리고 건축적 상징인 노트르담 대성당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건축물 중 하나이다. 안타깝게도 2019년 4월 15일 화재가 발생해 첨탑이 무너지고 훼손을 입었으나 5년 만에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그 당시 보수공사 도중 원인 미상의 불이 나서 성당의 제일 높은 첨탑이 무너지고 목조 지붕이 대부분 소실됐고 북쪽 종탑 일부도 훼손됐다.

화재 이후 노트르담 대성당은 수많은 건축가와 장인 등 수백 명의 전문가들이 손상된 부분을 복원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그중에서도 건축가 필립 빌뇌브의 지휘 아래 순차적으로 작업을 진행하여 다음달인 12월 8일 오전에 일반신도가 참석하는 대성당의 첫 공개 미사가 다시 열릴 예정이다. 프랑스 관광청에 따르면 재개관 후 연간 약 1500만 명의 방문객이 다시 찾을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대성당으로 가는 앞마당, 정원의 꽃과 나무 등 일부 복원 작업은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완공시킨다고 한다.

200년 걸쳐 건립…국가행사 열려

파리 센강의 시테 섬 동쪽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가톨릭을 상징하는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다. 이곳은 12세기에 지어져 14세기에 완공됐는데, 프랑스 역사에서 주요 사건이 펼쳐졌다. 프랑스와 영국이 벌인 백년전쟁 중인 1431년 헨리 6세가 즉위했으며, 1804년 황제로 등극한 나폴레옹이 대관식을 열었다. 이후 허물어질 뻔한 대성당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경이 되면서 살아남았다. 파리가 독일군에 점령되는 제2차 세계대전을 무사히 견딘 대성당은 대화재 이후 복원공사 비용만 8억4600만 유로(약 1조2400억 원)가 투입되었다.

사실, 이곳 대성당은 종교행사뿐만 아니라 최고 지도자의 장례식 등 국가적인 행사가 열리는 곳이었다.

프랑스어로 노트르담(Notre-Dame)은 ‘우리의 귀부인’이라는 뜻으로 ‘성모 마리아’를 가리킨다. 루이 7세(1120~1180) 재위 기간 중인 1163년 파리 교구장이었던 모리스 드 쉴리 주교가 새 성당 건설을 맡아 초석을 놓았다. 자신의 삶 대부분을 대성당 공사에 바친 드 쉴리 주교는 1196년 9월 11일 전체 공정의 절반도 채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선종했다. 1200년 중앙홀과 정면이 완공됐고, 1250년 종탑과 측면 공사가 끝났으며, 1345년 축성식이 거행되면서 건립이 종결됐다. 전체 길이는 128m, 폭은 48m, 천장 높이 35m이다. 전면부에 있는 첨탑은 2개이고, 높이는 69m이다.

완성 전후로 대성당은 프랑스 역사의 주요 무대가 됐다. 1302년 필리프 4세(1268~1314)가 성직자, 귀족, 평민 출신 의원으로 구성된 프랑스의 신분제 의회인 삼부회(三部會)를 최초로 개최한 장소가 됐다.

프랑스와 영국이 프랑스 왕위 계승권 분쟁으로 시작한 백년전쟁(1337~1453) 와중인 1431년 12월 1일 영국의 왕 헨리 6세는 프랑스 왕으로 이곳에서 즉위식을 열었다. 원래 프랑스 왕은 랭스 대성당에서 대관식을 하는 게 관례였으나, 프랑스를 구한 영웅인 잔 다르크가 1429년 랭스를 탈환하고 대관식을 열어 샤를 7세를 프랑스의 정식 왕으로 즉위시킨 바람에 헨리 6세는 대체지로 노트르담 대성당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헨리 6세는 1453년 칼레 이외의 영토를 모두 잃고 대륙에서 추방되며 백년전쟁은 종결됐다. 한편 1431년 화형당한 잔 다르크는 사후 25년이 지난 1456년 교황청이 명예회복 재판을 대성당에서 열어 이단 판결과 마녀 혐의가 취소됐다.

▲2019년 대화재 이후 5년간의 복구 공사를 마치고 12월 7일 공식 재개관하는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AFP 연합뉴스
▲2019년 대화재 이후 5년간의 복구 공사를 마치고 12월 7일 공식 재개관하는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AFP 연합뉴스
나폴레옹 대관식 등 역사적 무대

18세기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 대성당은 이때도 심하게 파손된다. 1789년 시민들은 바스티유를 습격한 이후에도 대성당에서 ‘테데움(Te Deum·축제와 승리를 기념하는 찬가)’이 울려 퍼지도록 했다. 하지만 혁명 이전의 전근대 사회에서 대성당은 기득권의 상징과도 같았기에 시간이 흐르며 대성당의 많은 보물은 파괴되거나 강탈당했다.

성당 내부는 식량 저장 창고로 사용됐다. 1801년 대성당은 교회로 다시 축성을 받았다. 1804년 12월 2일 교황 비오 7세가 참석해 나폴레옹의 황제 대관식을 올렸을 때 상태가 매우 낡았기에 내부에는 장막을 드리우고 입구는 신고딕양식의 목재 문을, 실내는 신고전주의 건축처럼 임시로 보이게 장식하면서 초라한 모습을 감춰야 했다.

그후 대성당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으며 시간이 흐르며 상태는 악화됐다. 이런 와중에 1830년 7월 혁명이 일어나 성난 군중들은 대성당의 창문을 파괴하고 인근 대주교에 불을 질렀다. 파리 당국은 대성당의 완전한 파괴를 고려했는데 때마침 빅토르 위고가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를 발표했다. 대성당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시민들이 기금을 모으는 운동을 벌이면서 1845년부터 스테인드글라스, 성상, 중앙 첨탑 등이 20여 년에 걸쳐 복원됐다.

복원후 모습에 시민 반응 엇갈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폭격할 우려가 있자, 1939년 9월 11일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분리해 따로 보관했다. 1944년 8월 26일 파리가 독일군으로부터 해방되자, 대성당에서 테데움이 울려 퍼지며 파리 해방을 기념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견뎌냈으나 2019년 4월 15일 보수공사 중이던 첨탑 주변에서 화재가 발생해 13세기부터 내려오던 목조 지붕과 19세기에 복원된 중앙 첨탑이 소실되고 석조 볼트가 일부 파손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성당의 기본 구조물과 정면, 다수의 유물은 불길을 피할 수 있었다.

화재 이후로 기본 자재를 최대한 살려 복원을 진행했다고는 하나, 예전과는 다르게, 새롭게 변경된 외부 첨탑 디자인을 보고 “순결함은 남아있지만, 차갑고 공허하다”라는 프랑스 네티즌들의 반응이 있다. 또한 일부 건축가들은 “모나리자 코를 성형한 느낌”이라며 비판 중이다. 그 외에 재개관을 앞두고 프랑스 정부에서는 성당의 방문객들에게 5유로(약 7400원)의 입장료를 받아 유산보호기금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으나 교구가 반대의사를 밝혀, 정부와 교계가 대립하고 있다.

프랑스는 1905년 법으로 제정된 정교분리(라이시테) 원칙에 따라 다음달 7일에 거행되는 성당 재개관 기념식에 참석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대성당 내부가 아닌 성당 앞 광장에서 짧은 연설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건축 복원 결과가 사뭇 기대된다.

이상아트 대표이사·백남준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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