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저성과자 평가 핵심은 ‘공정성’

입력 2024-11-29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구자형 법무법인(유한) 율촌 변호사

저성과자 평가의 중요성과 방법

‘객관적 타당성’이 중요한 법원판단
복수평가 등 다양한 방법 조합하고
성별‧나이‧노조원 여부도 감안해야

▲ 구자형 법무법인(유한) 율촌 변호사
▲ 구자형 법무법인(유한) 율촌 변호사
저성과자 문제가 반드시 기업의 경영상황에 연동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비상경영 또는 긴축경영에 들어가는 기업이 늘면서 저성과자 관리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저성과자에 대한 평가 문제를 경영진보다 동료 직원들이 먼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한 회사에서는 저성과 직원이 중간 등급 평정을 받은 데 화가 난 동료 직원이 회사를 나가겠다고 한 사례까지 있었다.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또는 징계조치에 관한 법원 판단에서도 평가의 공정성이 핵심 이슈다. 대법원이 ‘평가의 공정성’을 저성과자 인사조치의 유효 요건으로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 하급심 법원은 “무엇보다도”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는 판결을 선고하기도 했다.

많은 경우 ‘인사평가 3년간 하위 2%’ 등 일정 기간 최하위권을 기록한 근로자를 저성과자로 분류해 성과향상 프로그램(PIP)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경우 흔히 문제되는 건 상대평가만으로 저성과자로 분류하는 일이 타당한지이다.

대기업의 경우 수천 명 심지어는 수만 명 중 최하위 몇 명이 저성과자로 선정되는 사례가 많다. 이 경우 주변에서는 그 정도의 성적이라면 누가 보더라도 저성과자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상대평가만으로는 저성과자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절대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더라도 어떻게 평가할지는 쉽지 않은 문제다. 개발자와 같이 객관적인 역량 평가가 가능한 경우에는 코딩테스트를 통해 점수를 매기기도 한다. 일반 사무직의 경우에는 절대평가의 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많으나, 외부 전문 교육기관을 통해 교육 및 평가를 받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내부 평가라도 단순히 평가 점수뿐만 아니라 업무 수행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가 있었고, 이러한 문제로 인해 고객사 클레임이 발생했다는 등의 사정이 잘 기록돼 있는 경우 중요한 근거가 된다.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도 중요한 구별기준이다. 일반적으로 정량평가가 많다는 것은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영업실적, 고객반응, 근무시간, 업무처리 건수 등 적절하게 정량화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한 직군이라면 정량평가 요소를 가급적 반영해 인사평가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량평가가 어려운 직종도 많고, 정량평가만으로 실적을 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정성평가를 반영하되 평가자를 복수로 구성함으로써 평가의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다. 특히 법원은 팀장 1명의 부정적인 평가가 누적돼 팀원이 저성과자로 선정된 사안에서, 평소에 사이가 나빴던 팀장의 평가만으로 저성과자를 선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팀장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유도 팀원의 저성과와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대한 공정성을 높이는 입장에서는 복수의 평가자를 두고 다양한 평가방법을 조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가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는 공정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이의제기 절차를 통해 간과했던 사실을 다시 확인하거나 평가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의제가 절차가 있었는데도 대상자 본인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사정이 평가의 공정성을 인정받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회사 혹은 인사관리자의 입장에서 한 가지 더 주의할 것이 있다. 회사가 미리 마련해 둔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했다고 생각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특정성별만 높은 평가를 받거나, 고령자만 불리한 평가를 받거나, 비노조원에 비해 노조원만 불리한 평가를 받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결과가 발생할 경우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스스로 공정하게 평가를 진행했다고 생각하더라도 결과에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하는 경우 과정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韓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野, 한덕수 탄핵안 발의
  •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로 수익률 높은 금융사로 갈아탈까 [경제한줌]
  • 한국 경제 ‘환율 1500원’은 죽음의 문턱…대기업도 중기도 생존 위협
  • 엔비디아, 테슬라 밀어내고 올해 개미 최선호주 1위 등극
  • 尹, 서류 제출않고 무대응 일관…헌재 “27일 변론준비기일 진행”
  • 트럼프 2.0에 10대 그룹 시총 순위도 ‘흔들’...조선·전력 보유한 HD현대 최대수혜
  • 송민호 부실 복무 의혹, 경찰 수사받는다…병무청 의뢰
  •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 오늘(26일) 공개 시간은?
  • 오늘의 상승종목

  • 12.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43,586,000
    • -2.67%
    • 이더리움
    • 5,061,000
    • -4.06%
    • 비트코인 캐시
    • 663,500
    • -5.35%
    • 리플
    • 3,280
    • -5.2%
    • 솔라나
    • 283,900
    • -4.38%
    • 에이다
    • 1,310
    • -5.62%
    • 이오스
    • 1,190
    • -8.39%
    • 트론
    • 379
    • -1.56%
    • 스텔라루멘
    • 540
    • -7.06%
    • 비트코인에스브이
    • 80,650
    • -5.34%
    • 체인링크
    • 34,510
    • -8.22%
    • 샌드박스
    • 845
    • -9.3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