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ㆍ주식에서 가상자산ㆍ미국장까지' 5대은행, 올해만 요구불예금서 40조 빠져

입력 2024-12-02 17:17 수정 2024-12-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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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도 5조 원 이탈…트럼프 2기 출범 앞두고 공격적 투자 지속

은행에 머물던 대기성 자금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3월 이후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주요 은행 요구불예금에서만 40조 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반면 올해 정기예금에는 86조 원이 몰렸다. 금리 인하기를 맞아 주식과 부동산에 자금이 급격히 쏠린 가운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은 대표적 안전자산인 정기예금으로 이동한 결과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08조2330억 원으로 전월(613조3937억 원)보다 5조1607억 원 감소했다. 이는 10월(-9조9236억 원)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어든 것으로 감소세로 전환한 지난 3월(647조8882억 원) 이후 39조6552억 원의 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나 입·출금이 가능한 자금을 말한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만큼 시중은행의 금리가 오르면 정기예금으로, 내리면 증권·부동산 등 투자자산 시장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올해 상반기부터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에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기성 자금이 부동산과 증시로 급격히 쏠렸다. 특히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주식과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가산이 ‘불장’을 누리자 요구불예금에서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됐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정보포털에 따르면 11월 한 달 동안 미국 주식거래액은 635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479억 달러)보다 32.6% 증가한 수치다. 비트코인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 치우면서 가상자산 시장으로도 상당한 자금이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통계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주요 5개 가상자산 거래소의 24시간 거래 규모는 179억 달러를 넘어섰다.

반면 여타 투자처에서 큰 수익을 보지 못한 자금들은 안정적 수익원인 정기 예·적금에 집중됐다.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948조2201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2068억 늘었다. 전달 대비 증가 폭은 줄어들었지만, 올해 1월 862조6185억 원이었던 정기예금 잔액은 11개월만 에 85조6016억 원이 불어났다. 정기적금 잔액도 1월 46조4876억 원에서 3월 31조3727억 원으로 줄어든 이후 4월부터 매달 1조 원 이상 증가, 지난달 39조5405억 원을 기록, 9개월 새 8조1678억 원 확대됐다.

가계대출 잔액은 10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1조 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두 달 연속 둔화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33조3387억 원으로 전월(732조812억 원)보다 1조2575억 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76조9937억 원으로 전월보다 1조3250억 원 증가했다. 주담대 잔액은 8월 8조9115억 원, 9월 5조9148억 원 늘었으나 10월에는 대출금리 인상과 조건 강화 등 대출 제한의 영향으로 1조923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893억 원으로 전월보다 2442억 원 늘면서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전세대출 잔액은 119조3887억 원으로 전월보다 1505억 원 늘었다. 5월부터 7개월 연속 증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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