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펌프&덤프’의 놀이터 된 암호화폐

입력 2024-12-02 19:2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지난달 22일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역사적 신고가인 9만9617달러까지 상승하였다. 곧 1비트코인에 10만 달러, 한화 1억4000만 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 대선 후 비트코인과 수많은 암호화폐는 트럼프 트레이드의 일환으로 대중적 관심을 또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투기에 가담하여 암호화폐에 대한 붐이 재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약 1만 개의 암호화폐가 있으며, 시장 규모는 약 3조6000억 달러에 달하는데, 그중 비트코인이 절반을 차지한다.

거래 되돌릴 수 없어 투자에 취약

그러나 돈이 한곳에 너무 많이 모이면 반드시 사기꾼도 모여들게 마련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전체 암호화폐 시장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사기꾼들은 특정 암호화폐에 대해 인위적인 과대광고를 하기도 하고, 이들은 일부 투자자들의 탐욕을 이용하기도 한다. 사기를 치는 방법은 ‘펌프&덤프(pump and dump)’ 과정으로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사기꾼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코인으로 높은 수익을 약속하거나, 유명한 영향력 있는 사람을 고용하거나, 딥페이크 비디오를 사용하여 작업한다. 이러한 과대광고와 함께 가격도 인위적으로 상승시킨다(펌프).

이때 거래량 조작을 위해 소위 ‘워시 트레이딩’도 동원된다. 워시 트레이딩은 시장 참가자들이 거래 유동성을 만들기 위해 서로 사고팔면서 가격에 영향을 미치도록 시도하는 시장 조작기법 중 하나다. 심지어 부족한 유동성을 부풀리기 위해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코인을 샀다가 팔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렇게 형성된 높은 유동성과 거래량은 외부인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이는 투자자의 관심을 높이고 해당 암호화폐와 관련된 각종 블로그나 게시판에 기분 좋은 댓글과 응원으로 더욱 힘을 얻는다. 이제 가격이 제대로 오르고 사기꾼들은 매도하기 시작한다(덤프).

사실 이런 수법은 수십 년 동안 주식시장에서 일어났다. 주식시장에서도 빨리 부자가 되고 싶고, 범죄 수법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증권거래위원회와 증권거래 관련 법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투명하게 정화되었다. 증권거래 관련 법규는 사기, 횡령, 조작, 비대칭 정보를 이용한 내·외부자 거래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투자자에게 투명하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은 이러한 유형의 사기에 취약한데, 이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블록체인으로 체결된 거래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체결된 거래를 수정하거나 취소할 수 없다는 점은 투자자에게 치명적이다. 또한 암호화폐 거래와 보관에 대한 규제는 아예 없거나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암호화폐의 보관기관과 거래기관이 해킹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아 언제라도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코인의 이전과 양도가 가능한 구조이다. 투자자들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뒤에 숨은 원리와 코인 인수, 보관, 매매, 양도에 관한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탐욕에 이끌리기 쉽다.

지난 10월 미국 매사추세츠 주 검찰청은 개인뿐만 아니라 5개 기업을 처음으로 이러한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담당검사인 조슈아 레비는 “혁신적인 기술인 암호화폐가 수백 년 된 사기수법인 ‘펌프&덤프’에 이용된 사례”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건은 투자자가 얼마나 경계해야 하는지, 그리고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일깨워준다.

더 큰 피해 막으려면 규제 필요해

2023년 한 해 동안 암호화폐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사기로 인해 39억 달러 이상 손해본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의 한 인터넷 홈페이지인 크립토리걸(Cryptolegal)에는 불법적 사업 혐의가 있는 암호화폐 회사의 이름을 수집하고 있는데, 이런 회사는 수천 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전 세계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보고되지 않은 사례는 엄청날 것이다. 특히 규모가 작고 알려지지 않은 프로젝트와 관련된 암호화폐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코인 투자로는 주식이나 펀드처럼 배당금을 받을 수 없으며 코인에는 내재 가치가 없다. 미래 코인 가격에 대한 희망적인 (지나친) 억측은 나중에 더 높은 가격을 지급할 사람을 찾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 어설픈 규제라도 없는 규제보다 낫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분명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2024년을 휩쓴 밈 총정리…“올해 나는 얼마나 한국인이었나?” [해시태그]
  • 韓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野, 한덕수 탄핵안 발의
  •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로 수익률 높은 금융사로 갈아탈까 [경제한줌]
  • 한국 경제 ‘환율 1500원’은 죽음의 문턱…대기업도 중기도 생존 위협
  • 엔비디아, 테슬라 밀어내고 올해 개미 최선호주 1위 등극
  • 尹, 서류 제출않고 무대응 일관…헌재 “27일 변론준비기일 진행”
  • 트럼프 2.0에 10대 그룹 시총 순위도 ‘흔들’...조선·전력 보유한 HD현대 최대수혜
  • 송민호 부실 복무 의혹, 경찰 수사받는다…병무청 의뢰
  • 오늘의 상승종목

  • 12.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44,775,000
    • -1.82%
    • 이더리움
    • 5,075,000
    • -2.8%
    • 비트코인 캐시
    • 665,500
    • -4.24%
    • 리플
    • 3,293
    • -3.85%
    • 솔라나
    • 285,800
    • -3.41%
    • 에이다
    • 1,319
    • -3.65%
    • 이오스
    • 1,199
    • -6.25%
    • 트론
    • 381
    • -1.04%
    • 스텔라루멘
    • 543
    • -5.89%
    • 비트코인에스브이
    • 81,250
    • -3.79%
    • 체인링크
    • 34,740
    • -5.73%
    • 샌드박스
    • 853
    • -6.7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