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진 칼럼] ‘탄소플랫폼’ 구축 시급하다

입력 2024-12-0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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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X재단 이사장

美·유럽 기후산업 규제 눈앞인데
국내 사업장 평가시스템도 없어
전문가·데이터 육성·관리 절실해

서울지역에 117년 만에 폭설이 왔다. 습설이라 지붕이 주저앉아 생계를 잃은 시장상인 등 많은 이들의 삶이 파괴되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은 더 넓은 지역에서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광범위하게 우리 경제를 위협하게 될 기후 관련 수출 규제가 이제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로 인한 상당한 타격이 수출 기업에 가해질 것이고, 이는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강력한 태풍이 온다는 예보를 들으면서도 그에 대해 특별한 대비를 하지 않는 것처럼, 이러한 위협적인 규제와 변화가 닥치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대비는 매우 소홀하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불과 2년 후인 2026년부터 탄소세 부과를 할 예정이고, 미국의 청정경쟁법안(CCA)도 2025년 시행을 목표로 논의 중이다. 특히 미국의 CCA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 1톤당 55달러의 관세를 부과하고 범위도 정유, 석유화학, 철강, 유리, 제지 등 에너지 집약 산업군의 수입품목에 적용하고 향후 전기전자제품, 자동차 등 완제품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런 규제가 시행되면 유럽과 미국에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상당한 비용 부담을 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온실가스배출량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조차도 갖추지 않은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수출 길이 막힐 수 있는 데도 ‘그냥 어떻게 되겠지’라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심지어 대기업 중에서도 신뢰성이 의심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를 내놓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데이터를 확보하는 플랫폼 자체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최근에서야 디지털전환 기반의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을 위한 플래폼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이제 겨우 인식을 전환하는 초기 단계다. 정부가 스마트제조혁신 지원 사업으로 스마트팩토리 구축 및 고도화 사업을 계속해 왔지만, 온실가스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어 이를 보완해야 한다.

유럽은 이미 2023년 10월부터 제품 제조공정 단위의 데이터 수집을 의무화하였다. 준비기간을 고려한다면 오래전부터 디지털플랫폼을 준비해 온 것이다. 또한 2027년부터 유럽연합(EU)에 수집되는 모든 제품에 디지털 제품 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 규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규제가 강화되면서 실질적인 데이터의 정확성을 요구하고 있어 디지털 플랫폼에 의한 실시간 데이터 수집은 필수 사항이 되고 있다. 국내 제조사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는 데 시간과 예산이 많이 필요한데 대비책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자사의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를 공개하면 경쟁사에 약점이 노출될 것을 우려하거나, 데이터를 측정하고 관리할 기술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배출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면, CBAM이나 CCA와 같은 규제에서 요구하는 투명성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된다. 데이터 주권이나 보안의 문제는 해결가능한 문제다.

따라서 정부는 데이터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디지털플랫폼을 갖춰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체제 구축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를 추진할 전문가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탄소감축평가관리사와 같은 기후 관련 전문가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들이 이러한 부담을 상쇄할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도 함께 만들어 그들을 독려해야 한다. 그중에 하나는 자발적 탄소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기업이 자발적 탄소시장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탄소크레딧으로 전환하고, 이를 국내외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국가 감축목표에서 제외된 소량의 탄소감축 활동을 통해 생성되는 조각탄소크레딧을 정확히 측정, 평가, 검증, 인증을 통해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게 한다면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룬다는 속담처럼 상당한 탄소감축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심지어 개인들까지 기후행동에 나서게 하는 또 다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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