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평가·학습 따로 한다는 'AI 교과서'…현장선 “공교육 약화 ‘우려’”

입력 2024-12-0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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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과목은 '서책교과서'와 발행사 달라…수업 현장 '혼란' 우려
AI 교과서 지위 '논란' 여전…"전자교과서 개념과 비슷" 지적도

▲교육부가 2일 출입기자단 대상으로 AI 교과서 영어 최종 합격본 실물(웹전시본)을 공개했다. (교육부)
▲교육부가 2일 출입기자단 대상으로 AI 교과서 영어 최종 합격본 실물(웹전시본)을 공개했다. (교육부)

내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 가운데 내신 시험 평가가 AI 교과서 학습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 “공교육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외에도 AI 교과서 일부 과목은 서책교과서와 발행사 등이 일치하지 않아 단원 구성이 엇갈려 수업에 혼란도 우려된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검정심사를 통과한 76종의 AI 교과서 실물이 교과서 연구재단의 웹전시 시스템을 통해 공개됐다. 전날 교육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AI 교과서 실물 시연 행사에서 AI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도입되더라도 내신 평가는 기존 그대로 이뤄질 것이라 밝혔다.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평가와 학습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AI 교과서에서 평가는 학생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평가다. 내신 평가하고는 별개”라면서 “지금까지 내신평가는 기존에 하던 대로 이뤄질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AI 교과서에서 하는 평가를 아마 내신을 별도로 활용하거나 하는 것 등은 구체적으로 계획이 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AI를 통해 교육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학생들의 취약한 부분과 함께 우리나라 공교육의 문제점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교과서’라고 발표한 AI 교과서 학습과 기존 내신 평가를 따로 진행한다는 얘기에 교육계 현장은 공교육이 오히려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기백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결국 학생들은 AI 교과서로 학습하고 내신 평가받는 문항은 서책 등을 통해 한다는 얘기인데, 그러면 평가랑 학습이 '엇박자'가 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실제 학습이랑 평가되는 내신 등 학교 시험이 같아야 공교육이 무력화되지 않을 수 있는데, 학생들이 실제 출제되는 시험이 AI 교과서 밖에서 나오면 AI 교과서를 활용했을 때 얻는 이득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혁제 부산일과학고 교장은 "기존대로 서책을 활용한 내신 평가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어 AI교과서의 녹음, 발음,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한 평가를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와 같이 동일한 시험 문제로 등급을 가르고 입시에 활용하는 학생부체제 하에서는 결국 서책형 교과서 범위에 기반한 지필고사로 고착화돼 디지털교과서 활용은 활성화 되기 힘들지 않나"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일부 과목 AI 교과서가 기존 서책교과서와 발행사가 일치하지 않아 단원 구성 등 순서·배열이 다르기 때문에 수업 현장에 혼란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있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위원장은 “A과목에서 기존에 선생님들이 대부분 서책형으로 사용했던 B 발행사가 AI 교과서 검정심사에 떨어졌다”면서 “대신 다른 발행사들이 됐는데, 이렇게 서책과 AI 교과서 발행사가 일치하지 않으면 수업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AI 교과서 실물이 공개됐지만 AI 교과서의 지위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교육부가 주장하는 교과서로 판단할 경우 전국 초중고는 기존 종이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AI 교과서를 채택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반대로 야당이 보는 교육자료로 규정된다면 각 학교장이 채택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다.

정재석 위원장은 “선생님들이 AI 교과서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AI 교과서에 대한 관점 차이가 달라질 것”이라며 기계를 교실 구석 등 다른 데다 놓고 고집대로 서책을 사용하다 어쩌다 한 번씩 사용하는 교사도 있을 것이고 계속해서 잘 활용하는 교사도 있을 것이라 그야말로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능의 문제도 꼬집는다. 정 위원장은 “컴퓨터와 같이 AI 교과서도 1세대로 본다. 즉, 그 정도로 수준이 높지 않은 것”이라며 “AI 교과서가 AI 개념이 들어갔다가 하지만 'AI'를 붙이기가 민망할 정도다. AI 교과서라 말하기엔 조금 어렵지 않나 싶다. 전자교과서 개념이라 보면 된다”고 했다.

이기백 대변인도 “공개된 AI 교과서는 AI 기능을 상당 부분 제한시켜 놓았다”면서 “지금의 AI 교과서는 난이도에 따라 학습문제를 조정하는 수준이다. 이미 학교에서 활용하고 있는 전자교육자료들과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러한 지적에 고영종 실장은 “(AI 교과서)마저도 도입을 않는다면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가져오는 게 어렵다. 또 AI 교과서는 (사교육과 달리) 소득, 접근성과 관계없이 교과서로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각 학교는 서책형 교과서처럼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 AI 교과서를 선정하고 내년 3월 초등 3·4학년과 중1·고1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처음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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