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건강기능식품 단상

입력 2024-12-0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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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등산을 하는 동창 모임에서 가장 빠릿빠릿하고 가장 산을 잘 타던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환갑을 앞두고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이 친구는 와송이 암에 좋다, 마가목이 당뇨에 좋다, 개똥쑥이 간에 좋다 등 건강기능식품 예찬론자로 파킨슨병 진단 후 이런저런 건강기능식품을 지나치게 남용하다 간이 나빠져 사망하고 말았다.

당뇨 가족력이 있는 나는 철저하게 관리를 해 당뇨전단계에 머물러 있는데 반해 아내는 가족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당뇨 진단기준을 넘어선 상태다. 치료약을 먹어야 한다고 해도 건강기능식품을 먹어보겠다며 남편이기에 앞서 의사인 내 말을 듣지 않고 있다. 동의보감을 무시하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것도 문제다. 지금부터 400여 년 전 그러니까 과학과 의학이 발전하기 훨씬 이전 광해군 시절에 나온 책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는 건강기능식품 홍수 속에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튜브 광고를 보면 병이 금방 나을 것처럼 혹하지 않을 수 없게끔 광고를 하고, 제약회사들도 돈이 안 되는 급여약보다 돈이 되는 건강기능식품에 관심이 더 많은 실정이다. 친구들과 1박2일을 가면 아침저녁으로 약을 안 먹는 사람이 거의 없다. 물론 나도 그런데 나는 치료약이 아니라 당뇨에 치매에 장에 치아에 전립선에 혈관에 좋은 건강기능식품들을 챙겨 먹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을 먹고 있는 의사로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할 점은 건강기능식품과 치료약을 혼동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을 보조하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지 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다. 병에 걸리면 먼저 치료약을 먹어야 하고 필요하면 건강기능식품은 보조적인 역할에 그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의사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백안시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하고, 국민들은 상업광고와 의학정보를 구별할 줄 아는 혜안을 길러야 하고, 관계당국은 과잉광고의 폐해를 막는 제도적 장치를 보다 더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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