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효과 없는 반도체株...‘최악의 투심’ 회복 요원

입력 2024-12-0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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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섹터가 한겨울을 맞았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약세에 미국 정책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일부 기업은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상승 효과는 없거나 하루에 그쳤다.

회복 시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는 투자심리 회복 시점을 내년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로 잡고 있다. 불확실성이 해소 돼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지난 6월 13일 52주 신고가인 18만9000원을 기록 후 점차 빠지기 시작해 3일 7만49000원에 장을 마쳤다. 신고가 기준으로 60% 넘게 빠진 가격이다.

회사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총 5번의 자사주 매입 공시를 냈다. 규모만 1650억 원이다. 그러나 주가는 공시할 때만 잠시 움직였을 뿐, 하락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속절없이 빠졌다.

삼성전자는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지만 ‘6만전자’의 희망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현재는 5만3600원으로 ‘5만전자’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지난달 14일 장 마감 때 자사주 매입 공시를 하고 다음날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를 잠깐 기록했을 뿐, 다시 매도세를 쏟아내고 있다.

두 종목 뿐만 아니다. SK하이닉스와 리노공업, HPSP 등 반도체 섹터에서 시가총액 최상위 종목들도 크게 빠졌다. 11월 한 달간 SK하이닉스는 14.17%, 리노공업은 15.50%, HPSP는 13.82% 각각 빠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 대표 반도체주 55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반도체 지수’도 같은 기간 16.02% 빠졌다. 이는 2022년 9월(-18.78%)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거래소가 분류하는 KRX 28개 지수 중 가장 하락 폭이 컸다.

지난달 뿐만 아니라 7월(-12.61%)부터 10월(-0.54%)까지 하락해 11월까지 포함하면 5개월 연속 빠졌다. 반도체가 코스피 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지수가 5개월 연속 하락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반도체 섹터 투심은 최악을 기록 중이지만, 투자자들이 바라는 회복은 아직 요원하다.

우선,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부상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 용량이 급증하면서 수익성이 점차 떨어지는 등 범용 반도체에서 시장 점유율이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정책 불확실성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연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의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트럼프의 추가적인 관세 부과에 대한 우려가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반도체의 겨울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점차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후 반도체주 주가는 기업 펀더멘털보다 외생변수를 크게 반영하며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구체적 정책들을 발표하는 것이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와 투자 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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