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가계부채, 부동산PF도 버거운데…'계엄 후폭풍'에 금융권 초긴장

입력 2024-12-04 13:51 수정 2024-12-0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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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국회사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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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리스크에 금융권 후폭풍 불가피
가계부채, 부동산PF로 힘든 환경 속 엎친 데 덮친 격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부동산신탁 등은 내년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금융당국 비상태세 돌입

45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 사태에 국내 금융권이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국내 증시와 환율이 크게 출렁이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고 이번 사태로 인한 후폭풍에 금융당국은 물론 은행, 보험을 비롯 2금융권까지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해프닝급’으로 사태는 진화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탄핵 절차에 돌입하는 등 향후 첨예한 갈등이 예고되면서 당분간 정치적 리스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 기업들에게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금융회사들의 위상과 신뢰도는 추락할 수 밖에 없고 민생을 위한 금융 관련 법안들도 표류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주가 밸류업을 위해 고심해왔던 금융사들은 당분간 계엄 리스크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로 내년도 금융권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덮친 역대급 정치 변수에 금융권이 초긴장상태다.

4일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0일 진행될 예정이었던 본회의가 연기될 전망이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2시간 30분 만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해제됐지만, 정치권 내 갈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계엄령 선포에 대한 책임 공방과 정부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정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보험개혁회의와 예금보호한도 상향 등 각종 민생 과제 처리가 물거품 될 위기에 처했다. 전일 정무위원회는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예금자보호법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여기엔 예금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1년도에 결정된 금융사별 예금자 1인당 5000만 원 한도가 20년 넘게 유지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국민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다가오던 본회의 진행이 어렵게 되면서 해당 법안 처리도 미뤄질 전망이다.

▲23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오피스텔과 주상복합 단지.(신태현 기자 holjjak@)
▲23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오피스텔과 주상복합 단지.(신태현 기자 holjjak@)

보험업계가 추진하던 주요 개혁 과제들도 직격탄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실손보험 개편 등을 논의하던 보험개혁회의가 잠정 중단되거나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보험개혁회의는 단편적 제도보완이 아닌 보험업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과 미래 성장과제 발굴 추진하고 있어 연속성이 필수적이다.

특히 금융권 중 증권·캐피탈·부동산신탁·저축은행 등 부동산 PF 부실리스크로 내년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이 우려되는 곳들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증권, 캐피탈,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4개 업종의 신용등급 방향성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PF 부실정리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일부 회사는 실적 저하압력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저축은행은 6개사가 부정적(Negative) 전망을 부여받고 있어 업종 전반적으로 신용등급 하방압력이 강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혁준 나신평 금융평가본부장은 “질서있는 부실정리가 진행 중이나 낙관하기는 이르다”면서 “유의 및 부실우려 사업장은 자율매각, 상각, 경·공매, 재구조화를 신속히 추진해 이자비용 등 추가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경·공매와 재구조화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어서 계획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나신평에 따르면 유효등급 보유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의 정리계획에서 자율매각과 상각 비중은 14.6%인 반면 경·공매와 재구조화 비중은 85.4%에 달한다.

한국경제 뇌관으로 지목되면서 금융권의 최대 부담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소득 대비 가계부채가 과다한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증가해 소비여력과 대출상환능력은 떨어졌고 금융사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 본부장은 “최대 정부 정책은 금리 하락과 별개로 부동산시장의 방향성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변수”라면서 “내년에도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포함해 강도높은 가계부채 관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이 3년 반 만에 국내총생산(GDP) 100% 아래로 떨어졌다. 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8.9%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기록한 100.1%보다 1.2%포인트 낮아진 수준으로 2020년 2분기 이후 3년 6개월 만에 90%대로 내려왔다. 최고점이던 2022년 1분기(105.5%)보다는 6.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이후 4년 넘게 세계 최대 가계 부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이번에 100% 이하로 떨어졌다. 이날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상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이 3년 반 만에 국내총생산(GDP) 100% 아래로 떨어졌다. 9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8.9%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기록한 100.1%보다 1.2%포인트 낮아진 수준으로 2020년 2분기 이후 3년 6개월 만에 90%대로 내려왔다. 최고점이던 2022년 1분기(105.5%)보다는 6.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이후 4년 넘게 세계 최대 가계 부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이번에 100% 이하로 떨어졌다. 이날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상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금융당국은 시장이 완전 정상화될 때까지 ‘비상 체제’를 유지하며 금융시장 안전성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금융보안원에 ‘금융전산분야 비상대응체계 강화 협조 요청’ 공문을 배포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작은 사고나 사건도 시장에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각종 금융사고나 해킹·정보유출 등 보안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 시스템을 체크하기 위한 것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현재 외환시장 및 해외한국주식물 시장은 점차 안정된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시장의 불안 확산을 방지하고 정상적,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 매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이상징후 탐지 시 관계기관과 공조해 필요한 모든 안정조치를 실행할 예정이다.

또한, 외은 지점 등 해외 투자자들과의 간담회를 하고,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 우량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한편, 금융권 외화조달 여건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등 금융사별 외화유동성 변동 추이를 점검한다. 이복현 원장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철저한 위기대응 태세를 갖추라”라면서 “향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있어 모든 부서가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철저한 위기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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