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의 신세계, 백화점부문 영업익 및 신성장동력 발굴 과제
이명희 총괄회장, 창립 70주년 앞두고 내년ㆍ내후년 성과 잣대 삼을듯
신세계그룹이 9일 창립 68주년(신세계백화점 모태 ㈜동화백화점 창립기념일 1955년 12월 9일)을 맞으면서 '남매 분리경영'의 향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10월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세계는 '정유경 회장' 시대를 공식화했기에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와 사실상 동일한 위상을 갖추게 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두 사람의 경영능력 입증이다. 이들의 어머니이자 창업주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여전히 양사 지분을 동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키맨이다. 대내외 위기가 고조되는 내년과 내후년에 내놓을 정용진·유경 남매의 경영성과에 따라 창립 70주년을 기해 그룹 분리경영이 최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8일 재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재계순위 10위 신세계그룹의 대내외 공식 수장은 정용진 이마트 회장이다. 그런데 이번 임원인사에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면서, 신세계그룹 내 '한 지붕 두 회장' 체제를 갖췄다. 두 사람의 보유 지분도 동일해 팽팽한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두 사람은 각자 수장을 맡고 있는 이마트·신세계 지분을 18.56%씩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총괄회장은 두 기업의 지분을 10%씩 동일하게 보유 중이다.
이 총괄회장이 남매 분리경영에 시동을 건 것은 2011년부터다. 2011년 5월 3일 신세계의 사업부 형태였던 이마트를 기업분할했고, 순차적으로 두 남매에 대한 지분 상속을 진행했다. 2016년에는 두 남매가 보유해온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상호맞교환했다. 이로써 이마트 계열사는 정용진 회장이, 백화점 계열사는 정유경 회장이 맡아 지금처럼 독자경영하는 방식으로 안착했다. 이로 인해 언제든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는데, 이번 정유경 회장 중심의 임원인사를 통해 '남매 분리경영'에 쐐기를 박게 됐다.
신세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미래를 위한 포석'임을 부정할 수 없다. 계열분리는 각 사업 부문의 독립성·전문성을 강화하고, 각 회사의 가치를 명확히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 경영이 악화한 자회사가 모회사에 기대지 않고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신성장동력을 스스로 발굴,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효과도 크다.
이로 인해 회장직을 단 정유경 회장이 어떤 신성장동력 카드를 꺼낼 지 주목된다. 특히 정 회장은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을 쏙 빼닮은 외모와 '은둔의 경영자' 스타일도 동일해 재계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게다가 그가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은 그룹의 모태라는 점에서 이번 회장 승진은 정 회장에게 기회이자 부담이다. 1963년 동방생명과 함께 삼성그룹에 인수된 동화백화점이 신세계백화점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신세계그룹의 닻이 올랐다. 이마트도 백화점 마트사업부가 뿌리일 정도로 신세계백화점의 정통성이 크다. 다만 대형마트가 호황기를 맞으면서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가 그룹의 캐시카우인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때문에 향후 분리경영 혹은 승계구도에 있어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양사의 지분 10%가 어디로 향할 지가 최대 변수다.
결국 창업주의 마음을 얻으려면 성과입증 뿐이다. 오빠 정용진 회장은 업황이 악화한 대형마트(이마트)와 이커머스(G마켓·SSG닷컴) 부문의 실적 개선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2년 간 5개 점포를 철수했고 창사 이래 3월에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이달에도 2차 희망퇴직 접수에 나섰다. '아픈 손가락'이 된 편의점 이마트24와 G마켓을 인수해 덩치를 키운 이커머스 실적 개선도 시급한 과제다. 정유경 회장도 핵심 사업인 백화점 사업 강화와 미래 먹거리 확보란 숙제가 많다. 올 3분기 신세계 총매출액은 연결 기준 2조70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930억 원)은 29.5% 줄어 반전카드가 필요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명희 총괄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동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만큼 승계그림 완성까지 아직 시간은 많다"면서도 "창립 70주년이 분리경영 등 지배구조 변화에 최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용진·유경 남매가 각자 주어진 난제를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해결할 지 어머니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