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동대문 DDP 아트홀에서 진행된 '오징어 게임2'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황 감독은 현 시국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어두운 표정으로 "엊그제 탄핵 투표도 생중계로 계속 지켜봤다. 말도 안 되는 일로 온 국민이 거리로 나갔다"라며 "불안과 공포와 우울감을 가지고 연말을 보내야 한다는 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행하고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탄핵이든 하야든 최대한 빨리 책임질 분이 책임져서 연말을 행복하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연말을 국민에게 빨리 돌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조속히 이 사태가 해결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2'가 이런 시국에 공개되는 것도 운명"이라며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분열, 격변을 게임 세상과 연결해 볼 수 있는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작발표회 현장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20개국이 넘는 외신에서도 취재를 오며 글로벌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021년 9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시즌1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 시간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방송계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최초로 연출상(황동혁)과 남우주연상(이정재)을 받으며 K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였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시즌1은 자본주의 사회의 비극성을 극단으로 묘사하며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었다.
이번 시즌은 게임에서 우승한 후 3년 뒤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미국행을 포기하고 돌아온 기훈(이정재)이 다시 한번 서바이벌에 뛰어드는데, 자신을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을 펼친다.
시즌2의 제작비는 총 1000억 원으로 한국 드라마 역대 최대 제작비다. 오는 26일 공개를 앞둔 가운데, 이날 제작발표회 현장에는 주연 배우 이정재를 포함해 이병헌, 임시완, 강하늘, 위하준 등이 참석했다.
황 감독은 이번 시즌의 연출 포인트 중 하나로 '나이'를 꼽았다. 그는 "코인 열풍이 일어나고 계급 이동 사다리가 막히면서 젊은 층이 주식이나 코인에 인생을 걸었다"라며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담아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젊은 참가자들을 기용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갈등이 만연한 이 사회, 이 세상을 '오징어 게임'으로 돌아볼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정재는 "(이번 시즌은) 기훈의 감정이나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진 것 같다"라며 "뭔가 더 잘하고, 새롭게 하는 것이 욕심 아닐까 생각해 시즌1의 좋은 요소를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이병헌은 '오징어 게임'의 인기 요인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든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충격은 덜할 수 있지만, 더 많은 인물의 스토리와 드라마가 시즌2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오징어 게임2'는 2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된다. 국내 기자들을 상대로 하는 전편(1~7편) 시사회는 23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