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칩 생산량 늘리고 HBM도 추격…때릴수록 커지는 중국 존재감

입력 2024-12-09 16:08 수정 2024-12-0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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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포스 “중국 자동차칩 현지화율 5→15→25%”
“강도 높은 미국 제재, 중국 생존력 키웠다”
우리나라 기업들 반도체 기술력 확보 더 급해져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중국이 자체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중국의 반도체 산업 자생력도 강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주력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분에서 추격이 빨라질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강화될수록 국내 기업들의 초격차 기술력 확보도 시급해졌다.

9일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12% 늘어난 3016만 대로 집계됐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꼽히지만, 높은 자동차 생산량 대비 그간 중국의 자동차 칩 국산화 비율은 5%로 그리 높지 않았다. 중국 자동차에 탑재되는 대부분의 자동차 칩 시장은 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며 중국의 자동차 칩 자체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중국의 국내 자동차 칩 현지화 비율이 올해 말 15%까지 상승할 것이며, 내년에는 25%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2021년 중국 내 자동차 칩 부족 현상을 겪은 탓도 있지만, 이후 미국의 반도체 중국 수출 제재 정책이 중국 내 자체 생산 속도를 올렸다는 분석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는 오래전부터 시작됐지만, 미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새롭게 발표한 규제 내용 중 특히 새로운 부분은 HBM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8월 5일 SK하이닉스 주요 경영진과 함께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HBM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SK)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8월 5일 SK하이닉스 주요 경영진과 함께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HBM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SK)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은 인공지능(AI) 흐름과 맞물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주력하는 분야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제재가 강력해지며 중국의 추격도 더 빨라지는 분위기다. 이번 제재로 중국 기업의 HBM 생산 능력이 올라갈 것을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8월부터 HBM2(2세대)의 양산을 시작했다. 미국 규제가 강화되며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겼다.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인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CXMT는 최근 현재 HBM3(4세대)도 개발 중이다. 국내 기업들과 격차가 좁혀지는 것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내년까지는 HBM3E(5세대) 단수를 8단에서 12단, 16단으로 올리는 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AI 반도체 생산과 관련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데, 지속적으로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중국의 경쟁력이 더 빠르게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내 기업 입장에서도 (중국에 대한) HBM 수출이 어려워져 손실이 크지만, 중국 입장에서도 HBM 기술력을 빠르게 갖춰야 하는 이유가 생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3강 구도’를 구축하는 D램 시장도 중국이 빠르게 쫓아 오는 상황이다.

올해 CXMT는 구형 제품인 DDR4와 LPDDR4X 생산 물량을 크게 늘려 왔다. 반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다음 세대인 DDR5와 LPDDR5X로 비중을 점차 옮겨가고 있다.

우리나라 D램 제조사들이 중국 기업과 다른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차별화 전략을 세워 왔는데, 최근 CXMT도 DDR5와 LPDDR5, LPDDR5X 개발에도 착수하며, 양국 간 D램 기술 격차도 좁혀지는 셈이다. 테크인사이트는 CXMT가 빠르면 2026년 연말에서 2027년 초 10나노미터(㎚) 이하의 최신 공정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인 테크인사이트 12월 5일 웨비나 (테크인사이트)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인 테크인사이트 12월 5일 웨비나 (테크인사이트)

한 반도체 업계의 관계자는 “점점 강도가 세지는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재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반도체 기술력 격차를 키울 기회이기도 하지만, 반면 중국의 자체 생존력을 키워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중국의 추격을 대비해 우리 기업들은 차세대 반도체를 더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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