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 땐 돈이라도 줬는데” 연말 식당가가 멈췄다 [탄핵정국 소비 급랭]

입력 2024-12-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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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ㆍ여의도 상권 저녁 장사 비상

단체회식 자제 분위기 속 자영업자ㆍ음식점 울상
"연말 즐길 때냐" 계엄 선포 후 예약 취소 행렬도

▲1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식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1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식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10일 점심 영업을 준비하는 오전 11시쯤 서울 종로구 일대 식당가는 연말 특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한숨부터 흘러나왔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임문혁(54·남) 씨는 “저녁 장사가 너무 안 되니 점심 장사라도 잘 해야 한다”며 테이블을 연신 닦았다. 임 씨는 “이맘때면 평일 저녁 예약이 3~4팀은 됐는데 지난 주에는 전부 취소됐다”면서 “이번 주에는 다행히 예약이 좀 있지만 취소되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예약 취소 내용일까봐)전화벨이 무섭다”고도 했다.

직장인과 유동인구가 많은 광화문 일대에는 임 씨처럼 점심영업에 총력을 다하는 식당이 많았다. 주류 판매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주점들도 점심식사용 메뉴를 적극 홍보하고, 점심시간 한식뷔페 등을 운영하고 점심 전 홍보 전단지를 돌리는 등 고객 유치에 힘쓰고 있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정미숙(60·여) 씨는 텅 빈 매장에서 잔을 닦으며 “25년 장사하면서 이렇게 썰렁한 연말은 처음”이라며 “하루 20~30명은 송년 예약을 받았는데 지금은 소규모도 전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매출이 약 20% 줄었다는 정 씨는 “코로나 때는 돈이라도 줬는데 지금은 IMF 때보다 힘든 것 같다"며 "연말 같지가 않다”고 호소했다.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프집이 점심 식사 메뉴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프집이 점심 식사 메뉴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종로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전준영(31·남) 씨도 지난해보다 매출이 20~30% 빠졌다며 계산기를 한참 동안 두드렸다. 그는 "예약 감소 뿐 아니라 객단가도 줄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울상을 지었다. 전 씨는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올해가 가장 어렵다는 것이 피부에 와닿는다”라며 “지난주 계엄 선포 후 ‘현 시국에는 좀 곤란할 것 같다’며 단체예약이 취소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융·증권회사가 밀집한 여의도 식당가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여의도에서 10여 년 간 장사해 온 윤희원(47·남) 씨는 주말 영업을 고민하고 있었다. 주로 주중에 출근하는 여의도 직장인이 주 타깃이지만 주중 매출이 줄고 지난주부터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가 예고돼 당분간만이라도 주말에 문을 열지 논의 중이라고 했다. 윤 씨는 “당장 증권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라며 “손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당분간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10일 서울 여의도 식당가에 단체회식 예약 관련 홍보물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10일 서울 여의도 식당가에 단체회식 예약 관련 홍보물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현 정치 상황이 안정을 되찾는다고 해도 순식간에 가라앉은 경제적 상황이 바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의도 고깃집 사장은 “계엄 이후 회식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도 맞지만, 이미 물가가 오를 대로 올라 돈을 잘 안 쓰려는 분위기가 형성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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