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된 ‘원팀’…리더십 공백에 대외 협상력 약화 우려 [탄핵가결]

입력 2024-12-14 17:38 수정 2024-12-1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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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출범 한 달여 뒤
리더십 공백에 협상력 약화 우려
원전ㆍ방산 사업도 제동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키르기즈 정상회담에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즈공화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키르기즈 정상회담에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즈공화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국가 협상력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을 한 달여 앞두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관세 인상 등의 대응책을 마련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전·방산 등 정부 간 거래(G2G) 사업도 동력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배터리 업계는 탄핵 정국으로 인해 미국의 정책 변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초기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한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소비자의 구매 보조금을 삭감하는 방향으로 IRA를 축소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생산세액공제(AMPC) 등 생산 보조금은 유지한다고 해도, IRA 수혜 업종이었던 전기차·배터리·청정에너지 산업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추진해온 배터리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현지에 생산공장을 세우고 매년 1조 원 이상의 AMPC를 받아 실적을 보전했다.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북미에서 가동 중이거나 짓고 있는 공장은 총 17곳에 달한다.

정부와 업계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미 아웃리치(적극적 소통) 방안을 강구하는 등 사전 작업에 나섰지만, 탄핵 정국으로 협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계속 물밑 접촉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정부와 업계가 ‘원팀’이 돼서 힘을 실어줘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탄핵 정국이 겹치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전·방산 등 대규모 국책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축이 된 ‘팀코리아’는 지난 7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를 수주해 내년 3월 본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체코 및 미국 정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간 지식재산권 분쟁, 미국 에너지부의 원전 수출 통제 등 과제가 남아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은 민관 협력을 통해 미국 측을 설득하는 데 주력해 왔으나,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게 됐다. 현재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 머물러 있어 대외 신인도가 악화할 경우 계약이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체코는 한국의 정치 상황이 신규 원전 건설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윤석열 정부가 이끌어온 원전 정책 동력이 약해지며 추가 수주 여부는 불투명하다.

방산도 유탄을 피하지 못했다. 방산업계는 2022년 7월 폴란드와 체결한 초대형 무기 수출 관련 기본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152문을 시작으로 2차 계약 차원의 개별 계약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는데, 최근 연내 타결이 예정됐던 현대로템의 K2 전차 수출 계약이 미뤄졌다.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등 정국 혼란으로 인해 정부 역할이 중요한 방산 수출의 추진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크다. 최근 방한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한국형 기동헬기 생산 현장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했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5~7일 방한해 방산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취소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계약 해지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지 않았지만, 예정대로 사업 진행이 가능한지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납기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뿐더러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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