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결권 자문사, 박재현 대표 해임 ‘반대’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제공=한미약품)

이달 19일 열리는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 상정된 박재현 사내이사(한미약품 대표이사) 해임안에 국민연금공단과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모두 반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13일 제16차 위원회를 열고 한미약품 주주총회 안건에 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국민연금은 박재현·신동국 이사 해임의 건과 기존 이사들의 해임을 전제로 하는 박준석·장영길 선임의 건에 대해 모두 ‘반대’를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41.42%) 다음으로 많은 한미약품 지분 10.52%를 갖고 있다.

서스틴베스트와 한국ESG평가원 등 국내 의결권 자문사 4곳도 박 대표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 해임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달 6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ISS와 글래스 루이스도 해당 안건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달했다.

한미약품 의결권의 6.6%를 보유한 국내 기관 투자자와 의결권의 18.3%를 보유한 해외 기관 투자자들은 국내외 자문사들의 권고를 참고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향이 높아 이번 임시 주총에서 박재현·신동국 이사 해임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임시 주총에는 1호 의안으로 박재현·신동국 이사 해임의 건, 2호 의안으로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돼 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반대를 권고한 자문사들의 논리는 비슷하다. 박 대표가 2년 재임 중 매 분기 연속으로 최고 실적을 달성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부실경영 또는 불법행위를 주장하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형제 측의 해임 요구는 불합리하며,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왼쪽부터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한미약품/이투데이DB)

현재 한미약품 그룹은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약품 그룹 부회장·신동국 회장의 3자연합 측이 대립하고 있다. 3자연합 측 인사로 분류되는 박 대표의 해임은 경영권 분쟁 쟁점 중 하나다. 국민연금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가 3자연합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박 대표는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 해임 안건은 특별결의사항으로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임종훈 대표는 대표 자격으로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달 3일 3자연합이 임 대표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상황이라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임종훈 대표가 이사회 결의 없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1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첫 심리가 열렸고, 재판부는 임시주총 전까지 최대한 결론을 내리겠단 입장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회사의 미래 가치와 경영 안정이 달린 이번 사안에 대해 주주분들께서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를 참고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