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앞서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도 물 건너갔다. 김 여사 특검이 가동되면 김 여사 의혹과 관련된 기관들은 졸지에 수사 대상이 될 처지다.
원칙적으로는 윤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국민의힘의 ‘당론 균열’ 및 권한대행기 야권과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윤 대통령과 주요 군 지휘관, 장관들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내란죄 특검’과 달리, 김 여사 특검은 정부부처 공무원들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김 여사 특검법에 따른 수사 대상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국가계약 개입 의혹 등 김 여사와 관계된 14개 의혹 사건인데, 여기에는 관계기관의 조사·수사 고의 지연·해태 의혹, 대통령·대통령실의 조사·수사 방해 의혹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상 제재 규정이 없다며 종결 처리한 국민권익위원회, 무자격 업체와 대통령 관저 공사 수의계약을 체결한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국가계약을 부실 감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감사원,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으로 김 여사 일가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국토교통부 등도 직접적인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씨에 대한 국정농단 특검 당시에도 일부 기관들이 수사를 받았다. 특히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대해선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공무원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사·수사 고의 지연·해태 및 방해 의혹 관련 핵심 기관인 대통령실, 검찰에 대해선 형식적인 수준에서 조사·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최순실 특검도 당시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경호처에 막혀 무산됐다. 현재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도 대통령실 압수수색에 애를 먹고 있다.
내란죄 특검과 김 여사 특검이 동시 가동되면 정부는 현실적으로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워진다. 이미 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일부 장관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고, 향후 김 여사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면 관련 공무원들도 조사·수사를 받게 돼서다.
공직사회에선 윤석열 정부 들어 반복적인 감사·조사·수사로 피로감이 번지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사드 배치 지연 의혹, 서해 공무원 피살 의혹 등과 관련해 다수 정부기관을 상대로 대규모 감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은 기소됐고, 실·국장급 고위공무원들은 ‘문재인 정부 부역자’로 낙인찍혀 공직을 떠났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 부부로 인해 조사·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