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칼럼] AI스피커 경쟁, 국내 기업 역차별 없게

입력 2018-1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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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 경제학부 교수

인공지능(AI) 기술이 점차 우리 일상생활에 스며들고 있다. IBM 왓슨을 비롯한 글로벌 IT기업의 전문 AI기술이 의료, 금융 등 전 산업에 두루 활용되고는 있지만 우리가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AI 스피커 시장의 급성장은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를 알리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인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AI 스피커 판매량은 1970만 대로 작년 동기 대비 137% 증가했으며 올 한 해에만 7500만 대 판매가 예상된다. 또한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 3분기 AI 스피커 출하 대수를 전년 대비 197% 증가한 2270만 대로 집계하고, 올해 말까지 1억2500만 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작년에 비해 2배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로, 그야말로 AI 스피커 시장의 빅뱅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AI 스피커 시장의 급성장 배경에는 선두 기업인 아마존과 구글의 경쟁 심화와 함께 중국 기업의 약진이 있다. 작년 3분기까지 전 세계 AI 스피커의 90%를 점유했던 아마존과 구글이 올 3분기에는 54%로 줄어든 반면 중국의 알리바바, 바이두, 그리고 샤오미의 점유율이 26%로 급증하였다. 여기에 애플도 음향 기능에 중점을 둔 AI 스피커 ‘홈팟’을 내놓고 경쟁 중이다.

국내에서도 AI 스피커 경쟁이 치열하다. SK텔레콤의 ‘누구’, KT의 ‘기가지니’, 네이버의 ‘클로바’, 카카오의 ‘카카오미니’가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초 삼성전자가 ‘갤럭시홈’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다만, LG는 구글의 음성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AI 스피커는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이 중요한 만큼 국내에서는 앞으로 아마존과 중국 기업보다는 한국어에 강점이 있는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시장 경쟁이 심화한 것은 앞으로의 인공지능 시대에 AI 스피커가 단순 스피커 역할을 넘어 AI 플랫폼 시장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AI 스피커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은 쇼핑, 통신, 포털, 가전 등 다양하다. AI 스피커는 이들 기업이 제공하는 모든 IT 서비스에 남녀노소를 불문한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방법이자 기업에는 소비자 빅데이터를 확보해 개인 특화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해주는 통로이다. 인공지능 생태계의 시발점인 것이다.

따라서 각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분야의 특성에 따라 AI 스피커의 기능이 차별화되어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아마존의 ‘에코’는 최대 온라인 쇼핑 기업답게 음성명령으로 원하는 상품의 비교·선택부터 결제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가전 기업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홈 플랫폼의 중심 역할로 AI 스피커를 활용하고 있으며 통신사들은 인터넷TV를 기본으로 금융, 교육, 쇼핑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포털 기업은 기존 텍스트 중심의 검색 서비스에서 묻고 듣는 차세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카카오의 ‘카카오미니’가 현대·기아차에 장착되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활용한 지능형 음성인식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자율주행, 커넥티드 카, 스마트시티 등 미래 도시 모습에서 AI 스피커는 우리 가장 가까이에 위치할 것이다.

결국 우리 생활 전반에서 사용될 AI 스피커는 향후 차별화한 기능과 함께 소비자 욕구를 당기는 콘텐츠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공통적으로 음악 콘텐츠가 AI 스피커의 주요 서비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간과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바꿀 수 있는 콘텐츠 확보가 시장을 선점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벌써 아마존은 MS와, 구글은 디즈니와 각각 협업을 시작했다.

국내 AI 스피커는 아직까지 음성인식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하고 제공하는 서비스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분명 급성장할 것이다. 따라서 관련 규제를 빠르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원본 음성을 비롯한 바이오 정보 수집 금지 등과 같은 규제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국내 기업에만 해당하는 역차별이기도 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데이터 규제로 인해 AI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고 한 카카오 창업자의 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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