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ICBM 폐기와 완전한 비핵화

입력 2019-01-2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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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의 김영철이 미국을 방문했다. 2월 말에 개최한다는 북미 정상회담의 사전 준비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는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 지난번 김영철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만남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날리고,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받는 사진을 공개했었다. 이번에는 김영철 방문 이후 이틀 정도 지난 시점에서 사진과 트윗이 공개됐다. 트럼프는 트윗에서 “이번 주에 (북한) 최고 대표자들과 아주 훌륭한 만남을 가졌다”며 “2월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펜스 미 부통령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펜스 부통령은 “대통령은 매우 낙관적”이라며 “2차 회담에서는 북한이 김정은이 약속한 진정한 비핵화를 시작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하길 바란다는 기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조치를 하길 바란다는 기대를 전달하겠다’는 언급은 이중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아직까지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의 조치를 비핵화의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지만, 미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기대를 전달할 것”이라는 언급은, 스웨덴에서 열렸던 실무 접촉에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아직까지 비핵화와 관련해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로 볼 수 있다.

어쨌든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스웨덴에서는 남·북·미 3자가 2박 3일 일정으로 실무회담을 했다. 이번 실무 접촉에서 우리가 참여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부담도 있다. 만일 구체적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하거나, 미국이 가장 신경 쓰는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의 제거” 쪽으로 합의의 방향이 바뀌게 되면 우리 내부에서 적지 않은 비판이 나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폼페이오는 ‘비핵화’ 대신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의 제거’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더구나 주일미군이 만든 동영상에는 북한을 ‘핵보유 선언국’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 반열에 올려놓는 일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다.

여기에 미 국방부도 가세했다. 김영철이 미국에 도착한 날, 미 국방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 처음으로 ‘미사일 방어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여기서 ‘북한의 미사일은 특별한(extraordinary)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미 국방부의 보고서가 발표된 날 “우리는 미국을 향해 어디서든, 어느 때든 발사되는 어떤 미사일을 반드시 탐지해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미국은 북한의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대신, 핵 동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 선에서 북한 문제를 봉합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만일 이런 식의 결론이 내려진다면 우리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폐기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ICBM에 국한될 것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스커드 미사일을 비롯한 중단거리 미사일은 계속 보유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국방백서에 의하면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 초기 단계에 진입한 상태로 중단거리 미사일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 결국 우리와 일본은 북한 핵의 인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진솔한 입장 표명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북한의 비핵화가 막연한 시점으로 미뤄진 상황에서도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추진할 것인지, 만일 그렇다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이 과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경협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해야 한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집권 3년차와 맞물려 이런 상황을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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