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현장] 보석보다 예쁜 이정민의 ‘황금 매너’

입력 2015-06-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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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이 K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정민은 우승보다 값진 황금 매너를 선보였다. (KLPGA)

“긴장하지 마!” 선배의 따뜻한 한마디가 후배의 경직된 몸과 마음을 녹였다. 그 진심어린 한마디는 한 무명 선수에게 생애 첫 우승을 안겼고, 한국 여자골프엔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마지막까지 한 타 차 살얼음판 승부가 펼쳐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7억원ㆍ우승상금 2억원) 최종 4라운드 이야기다. 올 시즌 3승의 이정민(23ㆍ비씨카드)과 무명 신예 박성현(22ㆍ넵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21일 끝난 이 대회에서 두 선수의 맞대결은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2주 전 열린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연장 승부를 펼쳤던 두 선수가 다시 한 번 우승컵을 놓고 챔피언 조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당시 박성현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1m 버디 퍼트를 놓쳐 이정민과 동타를 이룬 뒤 펼친 연장전에서 패배 아픔을 맛봤다. 이정민은 이 우승으로 시즌 3승을 신고하며 전인지(21ㆍ하이트진로)를 제치고 다승 선두에 올랐다. 하지만 박성현은 마지막 홀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2주 뒤 두 사람은 챔피언 조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엔 메이저 대회다. 대회 규모나 권위에서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큰 대회다. 이정민은 시즌 4승으로 라이벌 전인지의 추격을 뿌리치고 다시 한 번 다승 단독 선두에 오를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큰 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박성현을 상대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어찌됐든 이정민에겐 우승이 간절했다. 반면 박성현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소중한 기회를 잡았다. 지난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흘린 눈물을 생각하면 죽을힘을 다해 버텨야 했다.

그러나 첫 우승까지는 험난했다. 마지막 한 홀을 남기고 이정민에게 한 타 차 추격을 허용, 압박감은 최고 수위에 이르렀다. 박성현은 13번홀(파4) 보기에 이어 14번홀(파5)에서는 트리플보기를 범하며 크게 흔들렸다. 이어진 16번홀과 17번홀(이상 파4)에서도 각각 보기를 기록,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악몽이 재현되는 듯했다. 이때 이정민이 뽑아든 카드는 배려였다. “긴장하지 마.” 이 짧고 훈훈한 한마디가 흔들리던 박성현을 바로 세웠고, 결국 생애 첫 우승컵을 안겼다.

선후배간에는 말로 풀어가기 힘든 것들이 참 많다. 선배는 늘 후배에게 부끄럽지 않으려 하고, 후배는 선배가 무서워 싫은 내색 없이 따라가기 바쁘다. 그러는 동안 크고 작은 갈등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운동을 업으로 하는 스포츠 선수들은 선후배 관계가 더 엄격하다. 신사의 스포츠라는 골프도 다를 게 없다. 문제는 그것을 악용하는 선배들도 많다는 점이다.

골프는 멘탈 스포츠인 만큼 동반 플레이어의 일거수일투족이 눈에 거슬린다. 생각 없이 내뱉은 한마디가 동반 플레이어에게 치명타를 주기도 한다. 만약 이정민이 박성현에게 배려가 아닌 가시달린 한마디를 던졌다면 상황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메이저 대회 우승이 간절했던 이정민이 그걸 몰랐을까.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동반 플레이어와 후배를 배려한 이정민의 ‘황금 매너’는 정직한 골프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퇴색돼버린 승부의 세계 속에서도 ‘진짜 골프’를 버리지 않은 이정민이야말로 ‘진짜 스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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