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 32] 돈 많이 버는 회사가 아니라 SW 잘 만드는 회사

입력 2016-01-1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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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곤 파수닷컴 대표이사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솔루션 전문기업, 문서 보안기업, 데이터 보안기업. 파수닷컴하면 떠올리는 수식어들이다. 파수닷컴이 가장 잘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지난 16년 동안 가장 많은 고객들이 기억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회사를 설립하던 초기부터 내가 생각해 온 파수닷컴의 정체성은 바로 소프트웨어를 잘 만드는 기업이다.

1992년부터 1999년까지 삼성 SDS 기술연구소에서 근무했다. 당시 회사의 주력은 SI시장이었지만, 새로 나온 소프트웨어나 기술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일이 많았다. 우리가 사다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솔루션을 미리 조사하고 평가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오픈 솔루션센터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다양한 최신 기술을 검토하면서 DRM 기술을 처음 접하게 됐다. 앞으로 모든 콘텐츠는 디지털화될 것이고, 모든 비즈니스의 핵심은 바로 콘텐츠에 있다는 강력한 확신이 들면서 DRM 기술을 이용한 사업화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1999년 10월 삼성 SDS 사내벤처로 시작해서 2000년 6월에 분사하여 법인을 설립하고 40여명의 직원들과 파수닷컴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디지털 콘텐츠를 암호화해 정해진 규칙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DRM기술을 최초로 상용화했다.

첫 시작은 디지털 콘텐츠 유통자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서비스 출시였다. 그 당시 영화, 음반, 게임, 캐릭터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었고, 이러한 콘텐츠들이 무단으로 복사되고 유통되는 등 불법 사용이 많아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콘텐츠 거래 자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적자가 지속되었다. 회사를 회생시켜야겠다는 생각에 DRM 기술을 문서에 적용해 기업용 문서보안 솔루션을 시장에 내놓았다. 이는 국내 기업용 DRM 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면서 실적이 빠르게 호전되었고, 회사는 설립 5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이후 3·20 사이버테러,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 보안 사고가 끊임없이 증가하면서 일반문서에도 보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하게 되었다.

사업 초기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도 함께 병행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회사를 설립한 궁극적인 목표였기에, 처음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오랜 기간 투자와 노력으로 파수닷컴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기술력을 인정받게 되면서 가트너, 프로스트앤설리번, 애버딘그룹 등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IT 컨설팅과 리서치 그룹들이 발간하는 IT·보안 관련 보고서들에 파수닷컴이라는 이름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모멘텀을 기반으로 현재 금융권을 비롯해 통신사, 기관 등 굵직굵직한 레퍼런스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IBM, PwC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십 관계를 통해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매출이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때 즈음인 2007년 고품질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소스코드 정적 분석 도구인 ‘스패로우(SPARROW)’를 새롭게 출시했다. 9년이 지난 현재 스패로우는 시큐어코딩 시장에서 1등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5년 2월에는 랩소디(Wrapsody)를 출시하며, 콘텐츠 관리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랩소디는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적인 콘텐츠 관리 솔루션이다.

랩소디 출시에 이어 지난해 하반기에 B2C 클라우드 서비스인 ‘디지털페이지’를 출시했다. 당시 주변 업계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파수가 이런 분야에도 도전을 하는구나”라는 격려도 있었지만 대부분 “데이터 보안 쪽으로 잘하고 있고, 안정적인 여러 가지 사업을 두고 왜 그런 모험을 하는가?”라는 우려의 시선이었다.

하지만 주변의 우려와 상관없이 새로운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파수닷컴의 2020년 비전인 글로벌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조직에 창의성 불어넣기 위해 먼데이 토크?이노베이션 데이…

아이디어 교환하고 성과보상…기업의 가장 큰 자산은 직원

파수닷컴의 가장 큰 자산은 바로 직원들이다. 그래서 파수닷컴에는 정년제도가 없다. 백발이 되어도 청년처럼 활보하는 개발자, 사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영업맨, 글로벌 소프트웨어 전문 마케터, 제2의 빌게이츠, 스티브잡스, 주커버그를 꿈꾸는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파수닷컴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인생의 황금기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 직원들이 인생에서 제일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주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단지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의적이어야 한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무장한 보통사람들의 집단은 천재들이 모인 집단이 아니더라도 더 큰 잠재력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파수닷컴의 조직문화도 바로 Collective Creative(우리의 창의 또는 조직의 창의)이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개발하고자 여러 가지 제도도 만들었다. ‘FMT(파수 먼데이 토크)’와 ‘FIX(파수 이노베이션 데이)’가 대표적인 제도다.

먼데이 토크는 매주 월요일 아침 임직원 누구나 참가하는 회의로 주제 구분없이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자리이다. 부서와 직급에 관계없이 전 직원이 발표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자리이다. 이 자리를 통해 갓 입사한 신입사원의 비록 설익은 의견이라도 발전 지향적인 생각이라면 당당히 말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스스로 주인의식과 함께 창의성을 길러주고자 한다.

파수 이노베이션 데이는 각 팀 또는 여러 팀이 연합하여 업무 추진 시 경험한 개선 사항이나 창의적 발상, 새로운 아이디어, 실험적 사례 등을 3개월 단위로 발표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본선에 진출하는 팀들은 전체 직원 앞에서 발표하고, 발표를 들은 직원들의 투표와 임원들의 평가를 합산하여 우승팀을 선정한다. 그에 상응하는 상금도 당연히 지급된다. 우승팀으로 선정된 팀들은 이후에도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파수의 제품에 반영하기도 하고 업무 환경에 적용하기도 한다. 실제 SPARROW(스패로우)라는 제품에 반영되어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기능 중 일부는 파수 이노베이션 데이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에서 발전한 것이다. 아이디어를 낸 직원들의 성취감도 꽤 높은 편이다.

돈이 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잘 만들어내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당장의 비용투자와 실패가 따르더라도 괜찮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모두가 인정하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파수닷컴을 키워나가고 싶다. 이것이 내가 기업을 하는, 그리고 하고 싶은 가장 크고 중요한 이유이다.

▲파수닷컴 창립 15주년 창립기념식
▲파수닷컴 창립 15주년 창립기념식

조규곤 대표이사 사장(1959년생)

◇학력

1981년,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 학사

1983년,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 석사

1992년, Rutgers-The State University of New Jersey(미국) 컴퓨터공학 박사

◇약력

1983~1986년, 삼성전자 연구원

1992~1999년, 삼성SDS 기술연구소 Open Solution 센터장

1999~2000년, 삼성SDS 사내벤처 NuTrust 사장(파수닷컴 전신)

2000년~현재, 파수닷컴 대표이사

◇표창

2002년, 정보통신부장관표창

2006년, SW산업발전 유공 정부포상 대통령표창

2014년, 정보보호유공 산업포장 수상

◇활동

(현) 한국DRM협의회(KODIA) 회장

(전) 금융보안포럼 부회장

(전)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KISIA) 회장

(전) IT Leaders Club(삼성SDS 출신 사장단 모임) 회장

(전) IEEE Seoul Section,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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