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궈타이밍] 355만원에 세운 고무공장, 세계 최대 EMS 업체로 키운 승부사

입력 2016-04-0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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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타이밍 혼하이 회장

▲폭스콘의 태정우 부회장(왼쪽)과 궈타이밍 혼하이 회장(가운데), 다카하시 고조 샤프 사장이 2일(현지시간) 일본 오사카 시에 있는 샤프 본사에서 샤프 인수 계약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폭스콘의 태정우 부회장(왼쪽)과 궈타이밍 혼하이 회장(가운데), 다카하시 고조 샤프 사장이 2일(현지시간) 일본 오사카 시에 있는 샤프 본사에서 샤프 인수 계약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희대의 사업가인가 장삿꾼인가. 104년 전통의 일본 전자업체 샤프 인수를 1개월 넘게 끌다가 1000억 엔을 깎아 결국 손에 거머쥔 궈타이밍 혼하이정밀공업 회장의 승부 근성이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그동안 궈 회장에 대해선 작은 고무공장을 세계 최대의 전자기기 수탁제조 서비스(EMS) 업체로 키운 궤적에 빗대어 카리스마 경영자, 독재자 등의 별명이 따라붙었다. 그러다 지난달 30일, 인수 의사를 밝힌 지 한 달여 만에 샤프를 최종 인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그의 이름 앞에는 새로운 수식어가 붙게 됐다. ‘속전속결’ ‘원 맨 경영’.

평소 궈 회장을 잘 안다는 대만 컨설팅업체 TMR 타이베이과학기술의 오쓰키 도모히로 대표는 궈 회장을 수식하는 데에는 ‘패기’와 ‘청렴’이란 단어만 한 것이 없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사리사욕을 추구하지 않고 오로지 일과 도전을 즐긴다는 이유에서다.

우발 채무를 이유로 샤프 인수를 한 달 넘게 미루며 샤프의 애를 태운 궈 회장의 집념과 패기는 헝그리정신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1950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태어난 그의 학력은 고졸. 전문학교에서 선박 운항관리를 배운 그는 해운회사에 취직했다. 공장과 운송회사 등도 전전했다. 그러다가 24살에 어머니로부터 빌린 10만 대만달러(31일 기준 약 355만원)를 밑천으로 작은 고무공장을 세웠다. 혼하이의 전신인 혼하이플라스틱기업유한공사였다. 이후 회사명을 혼하이정밀공업으로 고치고 흑백TV와 컴퓨터 부품을 생산하며 몸집을 불렸다. 그러다가 1990년대 말 EMS 사업에 뛰어들어 업계 1인자에 등극했다.

처음 혼하이를 창업했을 때는 자신의 경험에 집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성공할 것 같은 사업을 선택했다는 것. TV나 가정용 게임기에 쓰는 수지 회전 스위치, 버튼 생산이 고작이었다. 이 때문인지 사업 초기에는 배고픈 나날의 연속이었다. 쌀조차 맘 편하게 살 돈이 없어서 처가에 손을 벌리는 시기도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금형 기술이 제품 차별화로 직결될 것을 직감, 이 분야의 기술력을 높이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제품을 찾았다. 그래서 발견한 게 PC 등에 사용하는 커넥터였다. 커넥터는 프린트 회로기판 부품과 외부 입출력 기기를 연결하는 부품이다. 참여 초기인 1983년에는 불량품 생산이 많아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이에 궈 회장은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책상을 자동화 장치 옆으로 옮기는 등 집념을 불태웠다. 때로는 자존심도 굽혔다. 잘 알지도 못하는 경쟁사나 부품 공급처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 가르침을 부탁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다지 호감이 가는 외모는 아니지만 특유의 붙임성과 인간미를 살린 게 통했다고.

커넥터 사업 덕분에 수지 부품 업체로서 입지를 다진 궈 회장은 해외 진출을 꾀했다. 싼 모텔에 묵으며 미국 32개주를 직접 발로 뛰었다. 덕분에 1985년에는 미국 컴팩컴퓨터에서 대량 수주에 성공했다. 문제는 컴팩이 데스크톱 PC의 금속 케이스를 만들어 달라고 제안한 것이었다. 다른 기업 같았으면 거절했을 법하지만 궈 회장은 일단 승낙, 그 길로 바로 일본에서 공작기계를 들여왔다. 그러나 금속 케이스 제조에 필요한 기초 지식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컴팩의 주문량에 비해 공작기계 값은 터무니없이 비쌌다. 투자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궈 회장은 아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 금속 케이스 단품이 아닌 컴퓨터 전체 부품 비용을 낮춰 경쟁사들이 가져간 할당량을 아예 가져오겠단 것이었다. 그는 마이크로 프로세서나 하드 디스크 장치(HDD) 등 고가의 부품을 빼고 메인보드와 케이스 등 기본 부품만 장착된 반조립 PC를 생산해 컴팩에 납품했다. 컴팩은 대환영이었고, 이는 PC 가격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업계에 ‘컴팩 쇼크’를 일으켰다. 그때까지 시장을 독점하던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도 순식간에 무너졌다.

애플이 혼하이를 신뢰하고 수주를 몰아준 것도 이같은 패기에 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인 2002년, 애플은 ‘파워맥 G5’ 합금 케이스를 만들어주는 업체를 찾지 못해 망연자실이었다. 당시는 타원형 PC에 적합한 AI합금 가공 기계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케이스 제조업체들도 망연자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럴 때 혼하이가 구세주로 나섰다. 혼하이는 2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자동차 차체용 가공 기계를 애플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줬다. 애플은 단골 고객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둥근 모서리 아이폰 시리즈 등 애플의 대작들도 모두 여기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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