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거목들 19] 말 그대로 ‘신화적’… 증권 투자의 패러다임을 바꾼 개척자

입력 2016-07-1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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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버린 개척자.’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을 검색하면 나오는 첫 문구다.

거대자본을 필요로 하는 증권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신규 사업자의 시장진입이 어려운 분야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주요 증권사 대부분이 대기업 계열사이거나 자본력이 탄탄한 모기업에서 뻗어 나왔다는 사실이 이를 설명한다.

바꿔 말하면 박 회장의 성공이 그만큼 신화적이라는 얘기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월급쟁이였던 박 회장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순위에 드는 부자가 됐다. 그가 설립한 미래에셋그룹은 재계 29위의 대기업이 됐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의 합병법인이 출범하면 박 회장은 명실공히 증권시장의 최정상에 선다.

◇ 외환위기 증시에 숨통 틔운 ‘박현주 1호 펀드’ = 1958년 전남 광주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박현주 회장은 금융업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가 투자감각을 기르게 된 계기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어머니에게 1년치 학비와 생활비를 한번에 받게 되면서라고 한다. 그렇게 대학 2학년 때 시작한 주식투자가 첫 걸음이었다.

증권업계에 투시한 뒤로 박 회장은 늘 ‘최연소’와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박 회장은 1988년 시장분석을 배우고자 무작정 찾아간 동원증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전국 1위의 약정실적을 기록한 그는 입사한 뒤 45일 만에 대리 직함을 달았고, 곧바로 1년1개월 만에 과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32세에 ‘전국 최연소 지점장’에 올랐다.

샐러리맨으로서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박 회장의 야망은 초고속 승진과 높은 연봉에 머물지 않았다. 박 회장의 첫 도전은 창업이었다. 1997년 38세의 박 회장은 동원증권에서 8명의 동료와 의기투합해 미래에셋을 설립했다. 훗날 ‘박현주 사단’이라 불린 이들이다. 대한민국에 IMF 외환위기가 불어닥친 시기에 오히려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고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창업자로서 박 회장이 던진 승부수는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를 출시한 것이다. 폐쇄형 펀드인 박현주 1호가 성공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당시 업계 다수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승부수는 통했다. ‘박현주 1호’는 2시간 30분 만에 500억 원 한도가 모두 팔려나갔고 약 100%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후 자연스럽게 투자자가 몰려들었다.

◇ ‘도전을 통한 성장’으로 증시 역사에 큰 획 = 박현주 펀드의 성공은 미래에셋을 순식간에 국내 주요 증권사 반열에 올렸다. 박 회장도 엄청난 부를 얻게 됐다. 지난 3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의 억만장자 리스트에 박 회장은 쟁쟁한 재계 오너들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가 추산한 박 회장의 재산은 국내 자수성가 부호 중 가장 많은 21억 달러(약 2조4000억 원)이다. 특히 금융계에서 자수성가한 사례로는 박 회장이 거의 유일하다.

미래에셋의 성공은 박 회장의 개인적 성공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IMF 외환위기로 역사상 가장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증시가 ‘펀드 열풍’으로 숨통을 틔웠기 때문이다. 박현주 1호를 통해 펀드에 투자된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빈사 상태에 빠졌던 주식시장이 ‘펀드 열풍’에 따른 자금 유입으로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증권업계 7위였던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업계 2위 대우증권을 흡수하면서 독보적인 선두가 됐다. 소위 흙수저 출신의 월급쟁이였던 박 회장은 ‘증권업계 1인자’가 됐다. 하지만 ‘가지 않은 길’을 거침없이 걸어가는 박 회장의 도전정신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박 회장의 대우증권 인수 목적에 대해 ‘글로벌 IB(투자은행)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1위조차도 목표가 아닌 과정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성공신화를 일궈낸 박 회장은 또 한번 국내 증권사(史)의 새 페이지를 써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자산운용업 역시 세계 정상의 삼성전자, 포스코처럼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훗날 미래에셋이 ‘한국 금융의 수출을 선도한 기업’으로 기록됐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그가 저서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밝힌 경영 철학이자 그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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