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공포ㆍ노사갈등… '공업도시' 울산 쓸쓸한 두 풍경

입력 2017-03-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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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사 코앞 현대중공업, 대량 실업 공포…현대차 귀족노조“자녀 우선채용”고수

▲분사를 코 앞에 둔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대량 실직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지난해 현대중공업 노조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뉴시스)
▲분사를 코 앞에 둔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대량 실직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지난해 현대중공업 노조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뉴시스)

생존권을 사수하려는 사람과 고용 세습을 주장하는 사람. ‘현대’라는 한 탯줄에서 탄생해 울산에 둥지를 튼 한 지붕 두 가족,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에서 펼쳐지고 있는 풍경이다.

분사를 코앞에 둔 현대중공업은 대량 해고 가능성에 밥그릇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지만, 현대차 노조는 올해도 임금 인상을 넘어 고용 세습까지 주장하며 사측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주요도시 1인당 지역소득 1위를 자랑하는 울산은 낯선 광경과 익숙한 구태가 뒤엉키는 이런 혼돈이 일상이 되어가는 중이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공식적인 해양플랜트 수주 잔량은 12기로, 이중 11기가 오는 6월 기점으로 사실상 모두 인도절차에 착수한다. 2년 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부터 수주한 해상 고정식 플랫폼 나스르(NASR) 프로젝트만이 울산조선소 야드에 남게 된다는 의미다. 나스르 프로젝트는 현재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수조원대 적자가 났던 해양플랜트 사업부문이 결국 수주물량 감소로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 말 2조원대 해양플랜트 계약이 취소되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가 수주가 없는 이상 울산지역 온산2공장에 이어 방어진 1공장 역시 폐쇄될 수 있다는 위기에 몰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생산기지 가동률 하락과 함께 해양사업부 직원의 퇴출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3월 현재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관련 인력은 정규직 3000명, 하청인력 68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사측은 올 하반기부터 해양사업부 인력이 절반 가까이 축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현장에서는 하청 인력을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선행 공정인 내업생산부의 경우 후속 물량이 확보되지 않아 공장 폐쇄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청업체들이 이달 말부터 줄줄이 폐업을 예고하면서 인력 감축이 본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22일부터 사흘간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을 확정한다. 여기서 마련된 요구안을 토대로 노사는 다음달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해 현대차 노조가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하는 모습.(뉴시스)
▲현대자동차 노조가 22일부터 사흘간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을 확정한다. 여기서 마련된 요구안을 토대로 노사는 다음달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해 현대차 노조가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하는 모습.(뉴시스)

이처럼 현대중공업 노사가 ‘생존권’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반면 지난해 대규모 파업으로 3조 원이 넘는 손실을 안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사실상의 ‘고용세습’을 요구하며 사측과 줄다리기에 나설 태세다.

현대차 노사는 이달 초 열린 상견례에서 여름휴가 전 임단협 조기 타결에 공감했지만, 주요 쟁점을 두고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타결이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조가 앞서 조합원 의견 수렴을 통해 마련한 주요 안건은 △2교대제 8+8시간 완성 △성과급 확대 △해고자 원직 복직 △조합원 자격 범위 확대 △자녀 우선 채용 △상여금 50% 인상(현재 750%)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등이다.

최대 쟁점은 자녀 우선 채용이다. 이 조항은 ‘조합원이 업무 수행 시 사망했거나, 6급 이상의 장해로 퇴직할 경우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 특별 채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는 고용노동부의 자율시정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 조항을 단체협약 요구안에 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해 노사 협상 때부터 ‘위법·불합리한 단체 협상안 조항을 개정하자’고 요구했다. 지난해에는 노조 측 거부로 상정조차 못 했지만, 올해 이 조항이 요구안에 담길 경우 사측은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협상 과정에서 잡음이 거듭된다면 지난해와 같이 현대차 판매 전략에 먹구름이 낄 수 있다. 현대차는 장기간 파업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6조 원대로 주저앉았다. 5년 만에 최저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9월 노조 집행부 선거가 예정돼 있어 올해는 임단협 시기를 한달 가량 앞당겼다”며 “5월 장미 대선 등 굵직한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7월 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해 하반기 신차 출시 일정에 차질이 없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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