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흔들리는 전기차, 결국 '충전 인프라'가 답

입력 2023-11-15 15:20 수정 2023-11-1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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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강원도 동해와 양양으로 1박 2일 여행을 갔다. 처음 타보는 전기차를 몰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 이렇게 버라이어티할 줄은 몰랐다.

전기차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기존 내연기관 차와 달리 소음이 없고, 부드러웠다. 화창한 날씨 속에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전기차 여행길은 순조로웠다. 문제는 올 때 생겼다. 470km를 달릴 수 있도록 완충 상태에서 출발한 전기차는 이튿날 주행거리가 140km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일정을 소화하고 집까지 가려면 300km 이상 달릴 수 있도록 충분한 충전이 필요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안심하고 근처 휴게소로 이동했다. 급속 충전으로 30~40분이면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게 화근이었다.

휴게소 충전 시설이 이렇게 형편없을 줄이야. 군데군데 녹이 슨 모습부터 뭔가 미심쩍었는데, 결제도 원활하지 않았다. 여러 번 시도 끝에 시작된 충전. 충전 속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분명 급속 충전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40분 동안 겨우 15km 더 갈 수 있는 정도의 배터리가 충전됐다. 이대로면 하루 종일 충전하고 밤에야 집에 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근처 다른 전기차 충전시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양양 서퍼비치에 있는 현대차의 초고속충전소 E-피트(Pit)로 이동해 단 35분 만에 충전을 완료할 수 있었다. E-pit는 아이오닉 5와 EV6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2021년 현대차그룹이 시작한 초고속 전기차 충전 시스템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성장세가 주춤하자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들과 배터리 제조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전략을 잇따라 수정하는 추세다. 고금리 상황과 소비자들의 전기차 선호도가 위축되면서 전반적인 수요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기아, 테슬라, 벤츠, BMW 등 자동차 제조사들이 잇따라 내놓은 전기차는 주행거리와 성능, 디자인 등에선 합격점을 받고 있다. 문제는 역시 충전 인프라다.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내연기관과 비교해 불편한 게 사실이다. 시내 주행은 문제가 없지만, 장거리 주행 시 잘못하면 전기차 충전소만 찾아다니는 낭인이 될 수도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기 수는 2017년 1만3676기에서 지난해 20만5205기로 증가했다. 6년 간 14배 가량 늘어났다. 수치만 보면 전기차 판매 속도와 비슷하다.

문제는 양보다 질이다. 전기차를 운행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크다. 여전히 완속 충전기 위주로 설치돼있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대부분 퇴근 후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충전기에서 이른바 '집밥'으로 불리는 완속 충전기나 회사 주차장의 '회삿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노후한 아파트 등에는 충전기 설치도 쉽지 않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일반 충전소에서 급속 충전기가 부족해 애를 먹는 경우도 잦다. 전기차 충전 라이프스타일 스타트업 소프트베리가 11일 전기차 이용자 1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무려 84.3%가 전기차 충전을 하며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전기차 시장이 다시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전기차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제 역할이 시급하다. 전기차 급속 및 초급속 충전소를 늘리고, 기존 충전소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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