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입력 2024-01-31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어떻게든 되겠지. 망하기야 하겠어?”

무책임한 듯하면서도 마음 한편의 부담감을 줄여주는 ‘주문’이다. 그러나 경제에서 이 주문은 매우 위험하다. 시시각각 바뀌는 경제 상황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전문가마저 틀리기 일쑤다. 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상을 빗나가는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금융사는 막대한 충당금을 쌓는다.

그러나 집단이 갖고 있는 ‘경각심’을 개인에게는 전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정신을 차리고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때마다 구원투수가 등장하니 말이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역대급 긴축을 펼쳤지만, 상생금융에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 수준까지 내려갔다. 일부 차주들은 망하지 않았고, 국가는 역대급 부채를 끌어안았다.

최근에는 최대 290만 명에 달하는 서민 소상공인에 대한 연체 기록을 삭제하기로 했다. 비정상적인 외부 환경으로 불가피한 연체에 빠진 서민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건 마땅하지만, 그 빈도가 너무 잦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용 사면이 단행된 지 불과 3년 만에 비슷한 조치가 이뤄지면서 상습 연체자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사면 대상자는 기회를 얻었고, 성실 상환자에겐 상대적 박탈감이 남았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투자손실 사태가 현실화되자 분위기 변화도 감지된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은행의 ‘무지성 자기면피’, ‘배상’ 등 강도 높은 당국의 발언이 쏟아지면서 손실금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자극했다. 국회까지 나서면서 화력을 더했다. 벌써 투자자 사이에서는 묘한 기대감이, 업계에서는 체념의 목소리가 들린다.

원리원칙에 위배되는 구제안이 반복되면 위기 때마다 정부가 비슷한 정책을 내줄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다. 시장의 시그널을 무시하고 ‘결국에는 정부가 해결해 주겠지’라는 식의 모럴 헤저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은 구제될 수 있지만, 경각심을 잊으면 언제든 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어린이날·어버이날 선물로 주목…'지역사랑상품권', 인기 비결은? [이슈크래커]
  • '2024 어린이날' 가볼만한 곳…놀이공원·페스티벌·박물관 이벤트 총정리 [그래픽 스토리]
  • 단독 금융권 PF 부실채권 1년 새 220% 폭증[부메랑된 부동산PF]
  • "하이브는 BTS 이용 증단하라"…단체 행동 나선 뿔난 아미 [포토로그]
  • "'밈코인 양성소'면 어때?" 잘나가는 솔라나 생태계…대중성·인프라 모두 잡는다 [블록렌즈]
  • 어린이날 연휴 날씨…야속한 비 예보
  • 2026학년도 대입 수시 비중 80%...“내신 비중↑, 정시 합격선 변동 생길수도”
  • 알몸김치·오줌맥주 이어 '수세미 월병' 유통…"중국산 먹거리 철저한 조사 필요"
  • 오늘의 상승종목

  • 05.0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8,987,000
    • +5.93%
    • 이더리움
    • 4,385,000
    • +3.79%
    • 비트코인 캐시
    • 659,000
    • +7.07%
    • 리플
    • 747
    • +1.77%
    • 솔라나
    • 203,500
    • +3.72%
    • 에이다
    • 659
    • +2.97%
    • 이오스
    • 1,159
    • +0.43%
    • 트론
    • 174
    • +1.16%
    • 스텔라루멘
    • 156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92,750
    • +11.75%
    • 체인링크
    • 20,020
    • +4.22%
    • 샌드박스
    • 633
    • +3.2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