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20년, 그래서 더 빛난 아카데미 [홍샛별의 별별얘기]

입력 2014-03-1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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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리네트웍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눈물겨운 아카데미 도전은 1994년부터 올해까지, 20년째다. ‘길버트 그레이프’(1994)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에비에이터’(2005), ‘블러드 다이아몬드’(2007).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4)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지난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진행된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매커너헤이가 호명됐다. 아카데미는 유독 디캐프리오에게 인색했다. 스타일의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디캐프리오의 연기는 누가 봐도 훌륭하다. 트로피가 이를 증명한다. 디캐프리오는 지금까지 총 28개의 영화상 트로피를 갖고 있다. 연기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에비에이터’(2005) 이후만 센다 해도 20개다.

아카데미에 외면받은 디캐프리오는 지난해 11월 1일을 떠올리게 했다. 2013년 11월 1일 ‘제50회 대종상’에는 ‘불쌍한 디캐프리오’가 없었다. 모두가 승자였다. 이날 ‘7번방의 선물’의 류승룡과 ‘관상’의 송강호는 사이좋게 트로피를 거머쥔 채 함박웃음을 지었다. 20년 전에도 그랬다. ‘투캅스’(1994)의 안성기와 박중훈은 남우주연상을 나란히 차지했다. 2010년 ‘47회 대종상’에서도 ‘방자전’의 송새벽과 ‘시’의 김희라는 남우조연상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사진=뉴시스)

모든 상에는 탈락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불쌍한 디캐프리오’가 있기 때문에 그 상은 더욱 빛이 날 수 있다. 이 당연한 이치를 대종상은 이해하지 못했다. 최고의 하나를 가리는 자리에 둘을 밀어 넣은 것은 대종상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린 자충수다. 누군가는 ‘불쌍한 디캐프리오’가 돼야 했다.

지난 20년 동안 아카데미는 주요부문에서 단 한 번도 2개의 트로피를 허락하지 않았다. 각 부문에는 단 하나의 트로피만 있을 뿐이다. 각 시상식의 개성과 색깔은 ‘단 하나의 트로피’일 때 나타난다. 20년을 기다린 디캐프리오를 외면하고 20kg을 감량하며 에이즈 환자를 연기한 매커너헤이에게 상을 건넨 건, 아카데미의 색깔과 스타일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는 명확하고 공정한 선정 기준이 있기 때문에 당당히 20년째 디캐프리오를 외면할 수 있었다. 반면 공동수상과 나눠주기 수상으로 ‘밀실 영화상’, ‘그들만의 축제’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대종상은 매번 공정성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011년 영화 ‘써니’의 심은경이 학업 문제로 시상식에 불참 의사를 밝히자, 대종상은 시상 직전 여우주연상 후보에서 제외하는 막무가내 횡포를 부리기도 했다.

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대종상이 국내 가장 권위 있는 영화예술상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승룡과 송강호 중 한 명을 선택했어야 했다. 아카데미가 매커너헤이를 꼽은 것처럼. 물론 여기에는 공정성이 전제돼야 한다.

전보다 영향력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아카데미가 인정한 영화는 관객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 ‘대종상 수상 배우’, ‘대종상 수상 영화’가 흥행 보증수표가 될 날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대종상 시상식이 한국 프로야구 방송에 밀려 녹화 중계되는 수모를 겪기도 하지 않았는가. 대종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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