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인사이드] 세월호 참사, 리더십 없는 한국

입력 2014-04-2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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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 국제경제부장
리더십은 위기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좋을 때야 어지간한 실수는 용서되기도 하지만 긴박한 상황에서는 1분 1초가 아쉽다. 그 1분 1초에 사람의 생명이 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국가적 재난이다. 전 세계 주요 언론이 머리기사로 다루며 시시각각 관련 내용을 전할 정도다. 외신들은 분노와 슬픔에 빠진 한국 국민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해 일부 언론은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인재를 다시 사람이 키웠다고 꼬집고 있다. 세월호 선장이 악마 같다는 보도에다 나라 전체에 비통함과 불신이 만연해 있다는 기사까지 보인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국가 차원의 ‘까는’ 기사지만 반박할 여지가 없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국가적인 비상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자. 미국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먼저 이를 담당할 지휘관을 정한다.

지휘관은 사태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지휘체제를 갖춘다. 이 시스템을 통해 사고와 관련한 정보를 취합하고 언론과 국민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일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연방정부는 물론 각 주 정부는 위기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사용할 매뉴얼을 만들고 수시로 비상훈련을 실시한다.

사고대책·조사기구로는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대표적이다. NTSB는 공교롭게도 항공기 사고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지난 1997년 괌 대한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항공 추락 사고에서도 NTSB의 역량은 두드러졌다.

규모와 성격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시아나기 사고에서도 미국 정부의 일사불란한 대응을 볼 수 있었다.

당시 한국인들에게는 추락 사고와 관련해 한 중년 여성의 이미지가 깊게 각인됐다. 관련 브리핑을 책임진 사람은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이었다. 훤칠한 키에 시원시원한 용모가 인상적이었다.

아시아나기 추락 사고는 한국과 미국 양국에게 민감한 사안이었다. 조종사의 실수인가, 관제탑 또는 공항 측의 과실인가에 따라 책임 소재가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과 국민이 그녀의 발표를 의심하거나 정부의 조사 결과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는 말은 없었다. 여기에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 조사 결과도 틀림이 없었고 발표 역시 신중했다. 발표 사실을 번복하는 일도 없었다.

허스먼 위원장은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세월호 참사 사고의 원인 조사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는 어떤가. 사고를 낸 청해진해운은 물론 정부 당국 역시 탑승자 인원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고 사망자와 구조 인원 통계도 온통 엉터리였다.

지휘체계가 잡혀 있지 않다보니 침몰 사고는 물론 엉터리 구조작업을 책임질 사람도 없다. 안행부와 해수부는 책임 떠넘기기에 나선 지 오래다.

작금의 사태를 통해 본 한국의 리더십은 절망적이다. 사고를 진두지휘해야 할 지도자는 없고 주먹구구식으로 혼란과 비통함 그리고 분노만 키웠다.

참사에 대한 슬픔과 구조작업에 대한 실망 여기에 정부에 대한 반감이 뒤섞여 한국은 무기력함에 빠져 있다는 것이 주요 외신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렇게 가다 세월호 참사는 또 흐지부지 기억 속으로 묻혀버릴 것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또 다른 참사의 씨앗을 남긴 채 말이다.

정부는 마땅히 반성하고 추후 이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민들이 이제 예전처럼 만만치 않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비통한데 주요 외신의 기사 한 줄이 가슴을 후벼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한 실종자 가족의 말을 빌어 전했다. “정부가 (아이들을) 죽였다(the government is the k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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