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진정 리더가 없었나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06-30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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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벨기에전을 마치고 눈물을 흘리는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홍명보호가 귀국했다. 기대감과 희망을 가득 싣고 떠났던 홍명보호는 아쉬움과 숱한 과제만을 남긴 채 돌아왔다. 대표팀 분위기는 패잔병이 따로 없다. 1무 2패(승점1). 1998년 프랑스 월드컵(1무 2패) 이후 16년 만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으니 당연하다.

브라질 월드컵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출범한 홍명보호는 처음부터 문제점투성이였다. 평가전마다 졸전이었지만 팀을 정비할 시간적 여유는 턱없이 부족했다. 대표 선발 과정에서는 ‘의리 축구’ 논란에 휩싸이는 등 시작도 하기 전부터 삐걱댔다.

경기력은 바닥 수준이었다. 스피드는 떨어졌고, 슈팅 타이밍은 한 박자씩 늦었다. 결정적 기회에서 슈팅 한 번 시도하지 못하고 역습을 허용했던 것이 그러한 이유다. 게다가 수비수와 골키퍼는 공에 대한 집중력이 부족, 단 한 번의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원인은 숱하게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시됐던 것은 리더의 부재다. 평균 연령 26.1세의 역대 최연소 팀을 꾸렸지만 경기 흐름을 읽고 중심을 잡아줄 선수도, 위기 때마다 선수들을 다독이며 팀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는 선수도 없었다. 결국 홍명보호는 리더 부재라는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내며 조별예선 3경기 만에 짐을 챙겼다.

그렇다면 한국 대표팀엔 진정 리더가 없던 걸까. 팀의 리더는 사령탑(감독)과는 다르다. 감독이 경기력 전반을 지휘하는 존재라면 리더는 선수들 간의 결속을 다지고 그라운드 속 현장을 지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대부분 리더는 팀의 주장이나 선임이 맡는다. 리더가 얼마나 제 역할을 해내냐에 따라 팀 분위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한국 대표팀 주장은 구자철(25ㆍ마인츠)이었다. 경험이 많은 박주영(29)을 비롯해 곽태휘, 정성룡 등 선임 선수들도 있었지만 나이 어린 구자철이 주장을 맡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문제는 리더로서의 자질을 논하기 전에 대부분 선수들이 희생정신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좋은 리더의 자격에는 실력도 나이도 권위도 포함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팀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팀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리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리더, 항상 믿음이 가는 리더, 늘 한결같은 리더는 권위적이지 않아도 권위가 느껴진다.

한국 축구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황금세대 구축을 꿈꾸고 있다. 바르셀로나 유스팀 트리오 이승우(16), 백승호(17), 장결희(16)가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구는 11명이 하는 경기다. 몇몇 뛰어난 플레이어가 있다고 해서 한국축구가 눈에 띄게 좋아질 수는 없다. 그보다 조직적이고 한국적인 축구를 완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10명을 위해 희생하는 리더, 아니 22명의 태극전사를 위해 나를 버리는 리더 1명이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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