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종호와 홍명보호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10-05 19:58 수정 2014-10-0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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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28년 만의 쾌거다. (사진=뉴시스)

올해 한국 축구계에는 두 개의 거대 함대가 움직였다. 이광종호와 홍명보호다.

이광종호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온 국민에 감동을 선사한 반면 홍명보호는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사상 최악의 성적(1무2패)으로 침몰, 한국 축구에 대한 불신을 싹트게 했다.

이처럼 희비가 극명했던 두 거대 함대는 한국 축구는 물론 우리 사회에 지휘관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물론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이광종호는 세계무대가 아닌 아시아를 항해했다. 세계무대에 도전한 홍명보호와는 무게감부터가 달랐다. 그러나 출범부터 홍명보호보다 낳은 게 없던 이광종호는 짜임새 있는 선수 구성과 남다른 전술 운용으로 불신을 믿음으로 승화시켰다.

원정 첫 8강을 노리던 홍명보호는 역대 한국 월드컵 대표팀 중 가장 많은 해외파를 보유했지만 대부분이 벤치 신세였다. 이에 의리축구 논란이 일었고, 소통 부재와 단조로운 전술 운영, 그리고 정보력 부족이 겹치면서 침몰하고 말았다.

그리고 3개월 후 이광종호가 움직였다. 이광종호는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 속에서도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28년 만의 금메달을 목표로 닻을 올렸다. 금메달을 향한 항해는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23세 이하 선수들이지만 이렇다 할 스타가 없었다. 믿었던 손흥민(22ㆍ레버쿠젠)은 소속팀의 반대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라는 부진한 성적을 남긴 채 침몰했다. 이후 홍명보 감독은 사생활 논란과 맞물리면서 감독직을 사임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광종 감독은 개인기가 부족한 선수들에게 조직력이라는 옷을 입혔고, 경험이 부족해 두려워하던 선수들을 위해 김신욱(26ㆍ울산)과 박주호(27ㆍ마인츠), 김승규(24ㆍ울산)라는 와일드카드를 최전방과 중원, 그리고 골문에 각각 배치시켰다.

그래도 믿지 않았다. 그만큼 한국 축구에 대한 불신이 컸다. 한국은 조별예선에서 말레이시아(3-0), 사우디아라비아(1-0), 라오스(2-0)을 연파하며 16강에 진출했지만 금메달 획득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았다. 게다가 윤일록(22ㆍFC서울)과 김신욱마저 경기 중 부상을 당하며 잔여 경기 출장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광종호에게 위기는 기회였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조직력은 탄탄해졌다. 이번 대회 7경기를 치르는 동안 13골 무실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원동력도 팀워크다. 중동 강호 사우디아라비아, 숙명의 라이벌 일본, 조직력으로 무장한 북한 등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를 차례로 완파했다. 그 중심에는 K리그 챌린지 소속의 임창우(22ㆍ대전)가 있었다. 그는 “2부 리그 선수는 어쩔 수 없어”라는 말이 싫어 더 열심히 뛰었단다.

이광종 감독은 보잘 것 없는 선수들에게 날개를 달았고, 선수들은 지휘관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비록 홈에서 열린 아시아 대회였지만 이광종호가 그려낸 필드 위 환상 하모니는 과정부터 결과까지 우리 시대 리더십의 자화상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믿지 않았다. 조직원의 업무수행능력은 지휘관에 달렸다는 말엔 늘 물음표를 달았다. 하지만 이젠 그 물음표를 지우고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됐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이광종호가 획득한 금메달은 비록 홈에서 열린 아시아 대회 타이틀이었지만 출범부터 결과까지 홍명보호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역대 최약체 멤버 구성으로 28년 한을 풀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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