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6’ 이해나 탈락, 왜 납득 안 될까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10-13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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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6' 첫 생방송에서 탈락한 이해나(Mnet)

오디션 프로그램의 명암은 대중의 관심으로 결정된다. 스타가 아닌 일반 참가자의 노래는 대중의 응원을 받을 때 그 빛을 발한다. 환풍기 수리공이었던 허각도, 암 투병 중이었던 故 임윤택의 울랄라세션도 대중과 소통하는데 성공하며 꿈을 이뤘다.

오디션은 내 손으로 스타를 만들 수 있다는 판타지 세계의 현실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참가자에 대한 매니지먼트 개념을 촉발, 애정을 투여하는 과정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 만족감을 극대화시킨다. 또 음악에 대한 전문적 식견 없이도 평가와 선택을 통해 심사위원을 뛰어 넘는 권한을 누릴 수 있다. 3인칭 시점에서의 방관자 입장이 아닌 1인칭 직접 시청이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방의 소파는 심사위원석이 되고, 내 선택은 해당 참가자의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실시간 문자 투표의 비율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지표다.

그래서 Mnet ‘슈퍼스타K6’ 이해나의 탈락을 둘러싼 논란이 의아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존재 목적을 반영한 대국민 문자 투표의 결과에 따라 이해나의 탈락이 결정됐지만 정작 시청자의 반발이 거세다. 떨어지지 말아야 할 참가자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비난의 화살은 ‘투표하지 않은’ 대중을 향해 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슈퍼스타K6’ 제작진도, 심사위원도 아닌 ‘일부’ 대중이 이해나 탈락의 책임을 지고 있다. 실시간 문자 투표, 온라인 투표에 있어 TOP11에 대한 기회는 공평했고,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결과 발표 후 대다수 대중이 불복하고 있다. 왜 그럴까.

첫 번째로 이해나의 반박불가 완전무결한 무대가 그 이유다. ‘한번만 더’로 무대에 오른 이해나는 가창력, 퍼포먼스에서 프로 가수 못지않은 매력을 뽐냈다. 심사위원의 극찬이 이어졌다. 백지영은 “앞으로 그 어떤 출연자보다 무서운 결과를 낼 것”이라고 호평했고, 이승철은 “프로 무대 같은 멋진 무대, 흠잡을 곳이 없다”고 말했다. 단 한 번의 무대로 이해나는 우승 후보가 됐다. 탈락의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석연찮은 ‘심판판정’이다. 이해나에 대해 심사위원은 전에 없던 극찬을 남겼지만 정작 점수는 인색했다. 백지영, 김범수, 윤종신은 90점을 줬지만 이승철은 85점을 줬다. 물론 고득점이지만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은 이해나의 경우 억울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슈퍼스타K6’ 제작진 역시 “중하위권에 머무른 이해나의 심사위원 점수”를 탈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평가는 최상이었는데 점수는 중위권인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함께 극찬을 받은 미카가 최고 96점을 받은 것과 비교할 때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여기에는 ‘슈퍼스타K’의 정형화된 관습도 한몫했다. 이해나의 경연 순서는 세 번째, 이날 동반 탈락한 여우별밴드는 첫 번째였다. 통상 경연 순서가 앞에 있는 참가자들은 인색한 점수를 받는다. 이해나가 마지막 순서였다면 더 높은 점수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 심사위원 호평을 볼 때 분명하다.

세 번째는 공정성보다 ‘인기몰이’에 치중한 문자 투표 방식에 대한 불신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실시간 문자 투표는 오디션의 존재 목적과 긴밀한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폐지할 수 없는 제도다. 그렇기 때문에 문자 투표는 가장 공정하고 엄격하면서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더욱이 이번 오디션에서는 “인기투표에 불과하다”는 문자투표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20점의 간격을 두어 심사위원 점수의 영향력을 넓혔다. 문자 투표 결과를 순위별로 20점씩 차등 지급하는 새로운 방식의 점수제를 도입한 것이다.

그렇지만 TOP11 중 6위에 해당하는 355점의 심사위원 점수를 받은 이해나가 335점의 브라이언박, 338점의 장우람, 341점의 송유빈에 밀려 탈락했다는 점은 문제점을 반복하며 오디션의 권위를 떨어트렸다. 논란을 바로잡는 최후 지표로 사용되어야 할 문자 투표가 오히려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 경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집계되는 문자 투표, 한 명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투표할 수 있다는 막연함 등은 공정성보다 화제성에 집중한 제작진의 경솔함으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최대 과제는 공정성 회복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틀 안에 구현된 참가자들의 경쟁에서 공정성의 상실은 시청자의 철저한 외면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100원의 문자 투표에 기꺼이 참여하는 시청자들의 심리 이면에는 경쟁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으로 깔려 있다. 이처럼 확정된 심사 방식에 대한 공정성이 확보될 경우 1인칭 시청이 가능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의 존속,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슈퍼스타K5’ 박재정, 박시환의 수준 낮은 결승전으로 야기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위기는 시즌6에 와서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여기에는 참가자들의 높은 수준으로 인한 양질의 경연 무대가 본질적 요소로 꼽히고 있다. 그래서 지금 더욱 엄격한 공정성 확보가 절실하다. 시즌 때마다 변경되는 오락가락 심사 방식이 아닌 합리적인 틀을 만들어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수준 높은 경연에 대한 예의다. 누가 떨어져야 했고, 붙어야 했다는 식의 소모적 논쟁이 계속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참가자와 시청자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무관심 속 해체 당한 걸그룹 키스앤크라이 출신으로 아픔을 딛고 도전한 이해나는 자신의 역량이 결코 모자라지 않음을 보여주는데 성공했지만 심사 방식에 대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고질적 문제를 다시 한 번 꼬집으며 떠났다. 이해나는 탈락 후 울지 않았다. “좋은 심사평 듣고 멋지게 떨어져서 감사하다”며 담담히 소감을 남겼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탈락을 예견했을지도 모른다. 첫 생방송이었지만 그녀의 무대는 완벽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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