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제약업계 CEO는 창업주 2~3세나 의사 출신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미래의 의약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분야로 넘어오면 얘기는 달라진다.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시작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성공신화를 일궈나가고 있는 것. 심지어는 전혀 다른 업종에서 몸 담다 방향을 틀어 ‘황무지’를 개척한 경우도 있다.
바이오업계 샐러리맨 신화의 대표주자는 코스탁 시가총액 1위기업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다.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차에 입사한 서 회장은‘대기업 최연소 임원’을 단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했다.
하지만 IMF당시 구조조정으로 40대 중반의 나이에 하루아침에 백수신세가 됐다.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점친 그는 2000년 인천 연수구청 꼭대기 무료 사무실을 얻어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는 무모하리만큼 모험적인 도전이라는 말들 뿐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삼성 등 대기업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오는 11월과 12월 각각 유방암치료제 허셉틴과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의 임상시험 종료를 앞두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내년이면 세계 최초로 제품으로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기술력은 경쟁사들보다 4년 정도 앞서 있다”며 시장 선점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비즈니스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라며 “생명공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박사학위도 없지만 바이오분야의 성공적인 롤 모델로 샐러리맨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조중명 대표도 11년전 안정된 직장(당시 LG화학)의 연구소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혁신 신약을 연구·개발하는 바이오벤처회사를 차렸다.
국내 최초 미 FDA 승인 신약 ‘팩티브’ 의 개발 주역으로 40세에 임원을 달 정도로 촉망받던 LG맨이었지만 마음껏 연구를 하고 싶다는 꿈이 오늘의 그를 만든 셈이다.
슈퍼박테리아의 구조를 세계최초로 규명해 주목받기 시작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현재 관절염 치료제, 수퍼박테리아 박멸 항생제, 분자 표적 항암제 등 혁신 신약 후보를 임상시험 중이며 3~5년 내 상품화를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초 식물줄기세포 분리·배양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운화의 도기권 회장은 이색 경력의 샐러리맨 출신 CEO다.
도 회장은 시티뱅크 마케팅 이사를 거쳐 굿모닝신한증권 대표까지 지낸 금융계 인사다. 2005년 우연찮은 기회에 식물줄기세포 사업적 가능성을 감지하고 2005년 돌연 바이오 업계에 뛰어들었다.
창업 초기 황우석 사태로‘사기꾼’소리까지 들어야 했지만 5년만인 지난해 10월 세계적 과학저널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논문이 게재되면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올 6월 산삼줄기세포 기반 에이즈 치료 보조제가 지식경제부의 ‘천연물 신약 개발 사업’ 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