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거래증권사 선정기준이 이르면 이달 말부터 공개된다.
3일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난달 초 국민연금 기금운용 혁신 테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거래증권사 선정기준 공개를 논의하고 있다”며 “이르면 이달말 부터 선정기준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 범위와 방법을 두고 TF 전문가들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9월 말에 진행될 4분기 거래증권사 선정이 보다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거래증권사 선정기준을 대외비에 붙였다. 기금 위탁운용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실적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만큼 증권사들의 영업행태가 왜곡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달 초 감사원 결과 기금운용본부 간부가 거래 증권사 선정 시 정성(定性) 평가 점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금운용본부 직원이 대학 동문이 영업담당자로 근무하거나 전직 공단 관리가 대표로 있는 증권사에 특혜를 준 것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사회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하는 국민연금이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구체적인 평가기준과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기금 운용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민연금 측은 이미 올 3월부터 증권사 선정기준을 개선하고 3분기부터 새 기준을 적용해 거래증권사를 선정했다고 항변했지만 시장의비난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원 지적결과를 반영해 정성평가 비중을 축소하고 증권사 평가등급을 4등급에서 3등급으로 축소하는 등 객관성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에 또다시 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대한 불신이 커져 TF에서 평가기준 공개를 논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이번 국민연금 결정으로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제고될 것이라며 반색하고 있다. A증권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평가기준이 공개되면 국민연금을 둘러싼 의혹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러나 선정기준이 증권사 법인 영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개 범위에 대해서는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말 실시된 3분기 국민연금 거래증권사에는 1등급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HMC투자증권, KB투자증권이 2등급에는 동양종합금융증권, 맥쿼리증권, 메리츠증권, 메릴린치증권, 모간스탠리증권, 삼성증권,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LIG투자증권이 3등급에는 골드만삭스증권, 교보증권, 노무라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증권, HSBC증권, KTB투자증권, UBS워버그증권 등이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