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견기업연합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성장 기피 요인은 크게 4가지다. 전문인력 확보(38.1%, 중복답변), 조세혜택 감소(37.3%), 자금조달 곤란(31.4%), 하도급 등 보호장치 배제(23.2%) 등이다.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중견기업으로 진입함에 따라 중소기업 시절의 혜택은 축소된 반면 새로 발생되는 규제는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 중견기업 성장 유인을 위한 정부의 제도적 보완에도 중소기업 졸업에 따른 세제 및 하도급 등 핵심 부담은 상존해 있다. 특히 중견기업으로 규모는 커졌지만 중소기업 때부터 겪어온 고충은 지속되고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역량은 취약하다.
이에 따라 2003년 매출액 1500억~5000억원 구간의 264개 기업 중 64.5%(144개 기업)는 해당 구간에서 성장이 정체돼 있다. 또 21.6%(57개 기업)는 매출액 1500억원 미만으로 오히려 퇴보했다. 중견기업의 성장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중소·중견기업 500여개사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와 간담회를 토대로 관계기관 의견조율을 거쳐 지난 8월 7일 ‘중견기업 육성·지원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8월 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확정한 ‘중견기업 3000 플러스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정부의 종합대책에 따르면 가업승계 상속세 공제, R&D 세액공제, 하도급 거래에서 보호 등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따른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또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인 인재확보, 기술개발, 경영혁신, 글로벌화 등 주요 분야에 대한 맞춤형 정책도 추진한다.
핵심은 단연 중견기업의 ‘4대 부담 완화’다. 즉 가업승계 공제 확대, 하도급 제도 개선, 연구개발 세제부담 완화 그리고 금융애로 해소 등이다. 이들 4대 부담은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성장을 가로막은 핵심 부담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제도 시행으로 장수 전문기업 육성과 고용안정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고용유지 조건으로 인해 대상 기업의 고용이 확대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2010년 현재 매출 1500억원~2000억원에 해당되는 90개사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도급 제도도 개선된다. 현재 중견기업은 하도급 거래에 있어 대금지급 기일, 결제수단 등에서 불이익이 발생해도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동반성장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즉 중견기업은 2~3차 협력사(중소기업)에게 60일 이내 지금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일부 대기업들로부터는 90~120일 어음을 받고 있다. 정상적인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처럼 ‘빨리 주고 늦게 받는’ 하도급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중견기업을 위한 새로운 ‘공정거래협약평가기준’를 마련하고 9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새로운 기준에 따르면 지금까지 제외됐던 매출액 5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도 대기업의 협약체결 대상에 포함된다. 즉 대기업의 협약체결 대상이 되면 중소기업처럼 대금 지급기일, 납품단가 조정 등에서 제도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현재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한 5대 그룹(삼성, 현대차, SK, LG, 롯데)의 협력업체 중 중견기업은 1023개 사에 이른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의 동반성장 지원을 확대해 중견기업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고 ‘피터팬신드롬’을 차단하는데 일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위한 연구·인력개발 세액 공제율 8% 구간을 신설했다. 그동안 중견기업의 세제부담 완화조치를 마련했지만 그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번 공제구간 신설에 따라 2010년말 이전에 졸업한 중견기업과 2011년 이후 졸업기업으로 5년간 부담이 완화되는 기업들은 매출 3000억원 미만까지 8%의 신규 공제율을 적용받게 된다. 2010년 현재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 950여개사가 혜택을 받게 된다.
특히 정부는 중견기업 31.4%가 자금조달을 애로사항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과 관련, 약 1조원 규모의 추가자금도 지원한다. 중소기업 대상 정책금융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중견기업의 초기 자금난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우선 산업은행은 기존 8조2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 대출을 9조원으로 확대하고 신성장 분야 우수 중견기업에 대한 우대금리를 0.3~0.5%포인트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정책금융공사는 신성장·녹색산업 분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자금공급 목표를 4100억원에서 6100억원으로 상향조정한다.
그러나 정부의 종합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오히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100개 회원사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69%가 효과가 부정적이라는 응답을 내놓았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가업승계 공제 대상의 범위에 규모제한을 두지 않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이번 종합대책에서는 대상을 제한하고 단서 조항이 많다는 점 때문이다.
중기련 관계자는 “가업승계 지원대상이 협소하고, 3000억~5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은 글로벌화로 성장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R&D 역량강화가 필수적인데 세액공제대상을 3년 평균 매출액 3000억원으로 제한한 것은 아쉽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