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등 집중 투자 외풍에 꿋꿋한 '히든챔피언' 육성

입력 2012-09-0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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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활로, 중견기업서 찾는다]③정부 산업계 허리 글로벌화 지원책

“기존과 같은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에 글로벌 히든챔피언이 나올 수가 없어요. 우선적으로 중견기업들이 글로벌화 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조성돼야 가능한 일입니다.” 중견기업 A사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 대중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숨은 강소기업을 지칭하는 용어다. 국내에서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은 수출형 중소·중견기업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의 저서 ‘히든챔피언’에 따르면 2005년 기준 한국의 히든챔피언 기업은 불과 3곳이다. 독일 1200여곳, 일본 200여곳, 미국 100여곳 등에 비하면 명함을 내밀기 힘든 수준이다.

지식경제부 황수성 중견기업정책과장은 “독일 기준으로 히든챔피언을 규정해서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의 히든챔피언이 다른 선진국보다 현저히 적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허리인 중견기업은 그 나라 경제의 미래 경쟁력이다. 중견기업의 성장 없이 소규모기업 중심으로 국가경제가 형성되면 위기 시 취약점이 쉽게 노출되고 회복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소기업 비중이 높은 프랑스, 스페인은 중견기업 비중이 높은 독일과 미국에 비해 위기극복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보도도 있다. 중견기업 성장과 글로벌화가 시급한 이유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왼쪽)이 지난 4일 인천 부평구 청천동에 위치한 절단 및 절삭공구 제조·수출 중견기업인 와이지원을 방문해 송호근 사장으로부터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지경부는 향후에도 장·관들이수출 중견기업들을 자주 방문해 직접 애로사항 등을 들을 계획이다.(사진제공=지식경제부)
◇글로벌 성장 기반 확보가 우선= 중견기업의 중요성을 인지한 정부도 지난 5월 지경부에 중견기업국을 신설하는 등 중견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중장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정부는 중견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한다. 기본적으로 향후 외풍(外風)에도 쓰러지지 않을 내공을 기르기 위해서다.

지경부 중견기업정책과 관계자는 “중견기업 글로벌화를 위해 무엇보다 우선 되는 건 R&D 부분”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중견기업 수요 맞춤형 R&D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오는 2015년 3년간 중견기업 R&D 지원에 약 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1.6% 수준이었던 중견기업 R&D 투자비중도 2015년 6%로 높아지게 된다. 또한 중견기업이 주관 가능한 R&D 과제의 비중도 대폭 확대된다.

시스템 경영 도입도 점차 확산될 예정이다. 그동안 중소기업을 거친 중견기업 CEO들은 회사 운영에 있어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신속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거나 경영 잡무에 시달려 왔던 게 사실이다.

강남 소재 B중견기업 관계자는 “지금은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사실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은 뚜렷한 경영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컸다”면서 “CEO의 주먹구구식 경영 때문에 당초 추진했던 목표 및 성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스템 경영 도입의 일환으로 최근 ‘글로벌 경영혁신 지수(GMI)’를 개발에 착수했다. GMI는 중견기업의 글로벌 지향도, R&D 잠재력, 의사결정 방식 등을 기반으로 한 경영 핵심 지표다. 해당 기업이 GMI 평가를 받음으로써 중견기업이 자체적으로 시스템 경영에 다가서게 하는 게 골자다. 지경부는 GMI를 늦어도 내년 상반기면 보급할 예정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수혜 예상 중견기업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는 ‘FTA 프론티어 사업’도 진행된다. FTA 무역종합지원센터, 코트라(KOTRA) 등과 연계해 맞춤 수출 마케팅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지경부는 올해 40곳을 시작으로 오는 2014년까지 200곳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형 히든챔피언 ‘월드클래스 300’ 육성 박차= 정부는 지난해부터 ‘월드클래스 300(World Class 300) 프로젝트’을 운영 중이다.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는 오는 2020년까지 세계적 기업 300개를 육성하기 위해 성장의지와 잠재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다. 쉽게 말해서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새롭게 정립해 육성한다는 차원이다. 지난해 30개사를 선정한데 이어 올해 37개를 추가적으로 선정했다.

지경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선정된 월드클래스 300 기업들의 비중은 중견기업이 60%에 달한다. 그만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중견기업들이 국내에 많다는 얘기다.

지경부 중견기업정책과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월드클래스 기업 비중은 중견 대 중소기업이 약 6:4 정도로 중견기업 비중이 높다”면서 “대기업 하청업체 수준이 아닌, 독립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중견기업 육성이 월드클래스 기업 선정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기업들은 코트라, 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수출입은행, 산업기술연구회 등 15개 지원기관 협의체를 통해 기술개발, 해외진출, 금융 등 맞춤형 패키지 지원이 제공된다.

이들 기업에게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히든챔피언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향후 10년간 중견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사항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다.

월드클래스 선정 기업에 대한 지원은 △기술확보 △시장확대 △인력확보 △투자 △컨설팅 등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우선 기술확보 차원에선 선정기업의 R&D 자금을 총 개발비의 50% 이내에서 5년간 최대 75억원까지 지원해준다. 이어 시장확대 차원에서 글로벌화를 위해 기업이 주문한 시책을 코트라가 최장 5년간 연간 1억원 내외(기업 50% 부담)로 지원해주고 국내외 전문인력 활용과 채용도 지원한다. 또한 경영 컨설팅, 글로벌화컨설팅, IPO컨설팅, 지적재산권 분쟁 컨설팅 등 선정기업의 다양한 수요에 맞는 컨설팅도 지원된다.

반월공단 소재 C중견기업 관계자는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정부 지원 혜택이 많은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선정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경쟁이 쉽지만은 않다”면서 “아직 60여개 기업밖에 선정되진 못했지만 한국에서도 이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중견기업계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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