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애들이 집에까지 찾아와 괴롭혔어요"

입력 2011-12-23 19:43 수정 2011-12-23 21:5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대구에서 지난 20일 한 중학생이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중학생 A군은 자살에 앞서 가족들에게 장문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자신의 겪은 폭력의 실상이 기록됐다.

다음은 유서를 간추린 내용이다.

"제가 그동안 말을 못했지만, 매일 라면이 없어지고, 먹을 게 없어지고, 갖가지가 없어진 이유가 있어요. 제 친구들이라고 했는데 ○○○하고 ○○○이라는 애들이 매일 우리 집에 와서 절 괴롭혔어요. 12월에 들어서 자살하자고 몇 번이나 결심을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 아빠가 생각나서 저를 막았어요.

저는 제 자신이 비통했어요. 사실 알고 보면 매일 화내시지만 마음씨 착한 우리아빠, 나에게 베푸는 건 아낌도 없는 우리엄마, 나에게 잘 대해주는 우리 형을 둔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거예요.

제가 일찍 철들지만 않았어도 저는 아마 여기 없었을 거에요. 매일 장난기 심하게 하고 철이 안든 척 했지만, 속으로는 무엇보다 우리 가족을 사랑했어요. 아마 제가하는 일은 엄청 큰 불효인지도 몰라요.

저는 정말 엄마한테 죄송해서 자살도 하지 않았어요. 어제(12월 19일) 혼날 때의 엄마의 모습은 절 혼내고 계셨지만 속으로는 저를 걱정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냥 부모님한테나 선생님, 경찰 등에게 도움을 구하려 했지만, 걔들의 보복이 너무 두려웠어요. 대부분의 학교친구들은 저에게 잘 대해줬어요.

항상 저를 아껴주시고 가끔 저에게 용돈도 주시는 아빠, 고맙습니다. 매일 제가 불효를 했지만 웃으면서 넘어가 주시고, 저를 너무나 잘 생각해주시는 엄마, 사랑합니다. 항상 그 녀석들이 먹을 걸 다 먹어도 나를 용서해주고, 나에게 잘해주던 우리 형, 고마워.

모두들 안녕히 계세요.

매일 남몰래 울고 제가 한 짓도 아닌데 억울하게 꾸중을 듣고 매일 맞던 시절을 끝내는 대신 가족들을 볼 수가 없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그리고 제가 없다고 해서 슬퍼하시거나 저처럼 죽지 마세요. 저의 가족들이 슬프다면 저도 분명히 슬플 거예요. 부디 제가 없어도 행복하길 빌게요.

<관련기사>

  • 대구중학생 자살사건, 파문 ‘일파만파’
  • 경찰, "중학생 자살사건, 가해학생 범죄혐의 있어"
  • 우동기 대구 교육감,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엄중 대처'
  • 대구 중학생 자살, 누리꾼들 "요즘 십대 참 무섭다 오죽하면 자살…" 비통
  • 물고문까지 받은 중학생…결국 자살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음주운전은 슈가·김호중이 했는데…분열된 팬덤의 정치학(?) [이슈크래커]
    • 사라진 장원삼…독립리그와의 재대결, 고전한 '최강야구' 직관 결과는?
    • 딸기·망고·귤 이어 이번엔 무화과…성심당 신메뉴도 오픈런? [그래픽 스토리]
    • 단독 외국인 유학생 절반 "한국 취업·정주 지원 필요"…서열·경쟁문화 "부정적" [K-이공계 유학생을 잡아라]
    • NH농협은행도 참전, 치열해지는 '제4인뱅' 경쟁
    • 휠라홀딩스, 이달 휠라플러스 첫 선...해외로 뻗는다(종합)
    • [종합] 뉴욕증시, 잭슨홀 미팅 앞서 상승…엔비디아 시총 2위 복귀
    • 제9호 태풍 '종다리', 21일 오전 수도권 최근접 예상…현재 위치는?
    • 오늘의 상승종목

    • 08.20 09:53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2,609,000
      • +1.2%
      • 이더리움
      • 3,635,000
      • -0.27%
      • 비트코인 캐시
      • 467,500
      • +0.34%
      • 리플
      • 824
      • +5.1%
      • 솔라나
      • 200,600
      • +1.06%
      • 에이다
      • 467
      • +0.21%
      • 이오스
      • 680
      • -0.15%
      • 트론
      • 197
      • +4.79%
      • 스텔라루멘
      • 133
      • +2.31%
      • 비트코인에스브이
      • 58,900
      • +0.17%
      • 체인링크
      • 14,110
      • +0.79%
      • 샌드박스
      • 360
      • +1.9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