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엑소와 명국환, 누굴 아나?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4-11-20 06:47

배국남 기자 knba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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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뉴시스)

당신은 엑소와 명국환, 누굴 아나?-대중문화의 역사가 실종되고 있다!

“아악!” 엄청난 환호다. “엑소!”“엑소!”끝없는 연호다. 국내 팬만 아니다. 일본, 중국 팬들이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먼발치에서라도 엑소를 보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른다. 엑소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침묵이다. “누구지?”라는 웅성거림만 있을 뿐이다. 1956년 가수선발대회 입상을 통해 데뷔해 ‘백마야 우지마라’‘방랑시인 김삿갓’등 히트곡을 낸 원로가수 명국환(81)이다. 2012년에 데뷔한 엑소와 60년 가까이 가수 활동을 해온 명국환이 한 공간에 자리했다. 17일 오후 5시 대중문화예술상 수상자들이 시상식전 모인 서울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 3층 리셉션장이다.

이곳에는 1955년 데뷔해 60년 동안 희극 연기자로 그리고 ‘전국노래자랑’MC로 활동하며 살아있는 전설이 된 송해와 요즘 대세 개그맨으로 각광받는 예능 스타 김준현, 한국 드라마사의 한 획을 그은 ‘전원일기’‘수사반장’의 최불암과 최고 한류스타로 몸값이 치솟고 있는 이민호와 김수현의 모습도 보였다.

엑소와 명국환, 김수현 이민호와 최불암, 김준현과 송해의 사이는 우리 대중문화 역사 그 자체다. 하지만 그 사이는 단절이다. 오늘의 엑소, 김수현, 이민호, 김준현은 어제의 명국환, 최불암, 송해가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중문화의 어제와 오늘의 간극은 엄청나다. 그 간극으로 인해 한국 대중문화 역사는 잊혀가고 실종돼간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 화려한 언어의 성찬은 넘쳐난다. 정부, 정치권, 기업, 학계 할 것 없이 앞다퉈 ‘한류는 역사 이래로 가장 큰 문화적 사건’이라며 한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 대중문화에 가장 중요한 작업은 외면하고 있다. K-POP이 일본열도에 울려 퍼지고 한국 드라마가 중국 대륙을 강타한다며 한류의 화려한(?) 외형적 성과에만 취해있다. 엑소 김수현 이민호에 환호에만 눈멀어 명국환 최불암 송해에 대한 침묵의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명국환 최불암 송해에 대한 침묵은 대중문화의 역사에 대한 망각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 망각을 불러온 것은 한국 대중문화사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서나 변변한 책자 하나 없다는 척박한 현실이다. 한국 대중문화의 역사 그 자체인 원로 배우, 중견 가수 등 연예인의 프로필조차 제대로 정리된 게 없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대중문화의 어제와 오늘, 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중문화 박물관이나 스타 박물관은 전무하다.

미국의 엘비스 프레스 박물관이나 제임스 딘 기념관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은 명소다. 미국 대중문화의 역사를 그리고 존재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인기 연예인 등의 생가는 물론이고 거주했던 장소나 공간은 기념관이 돼 오늘의 사람들에게 일본 대중문화 역사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외국의 스타와 대중문화 박물관은 전 세계 각국 팬들을 불러 모아 자국의 굳건한 대중문화 소비층으로 자리 잡게 하는 한편 박물관 자체가 막대한 이윤창출 창구 기능을 하고 있다.

한류로 인해 오늘도 수많은 중국인, 일본인 등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한국 대중문화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줄 공간은 없다. 고작 드라마 촬영장소나 좋아하는 스타의 모습을 보는 것이 전부다. 팬심으로 무마하기에 한국 대중문화 역사에 대한 콘텐츠는 부실하기만 하다. 한국을 방문한 한류 팬의 결론은 실망이다.

우리 자신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대중문화의 지나온 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일까. 대중문화사를 수놓은 존재나 그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일까. 그 대답은 매우 회의적일 것이다.

역사를 잊어버리면 미래는 암울하다. 한국 대중문화 역사를 망각하면 대중문화의 내일은 담보할 수 없다. 엑소로 대변되는 오늘만 기억하고 명국환으로 상징되는 어제를 잊어버리면 우리 대중문화의 퇴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중문화의 내실을 다지는 작업의 출발을 역사를 복원하고 어제와 오늘을 볼 수 있는 대중문화 박물관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70~80년대 멜로 드라마의 청순한 주인공으로 화려한 여배우 시대를 열었고 최근 꽃누나 이미지로 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스타 김자옥이 지난 17일 숨을 거뒀다. 그녀의 죽음과 함께 그녀의 존재도 쉽게 잊힐 것이다. 이전의 수많은 스타들처럼. 만약 박물관에서 김자옥을 만난다면 그녀는 잊혀 지 지 않는 역사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생각해만해도 얼마나 가치 있고 멋진 일 아닌가.

#엑소 #명국환 #최불암 #이민호 #배국남의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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