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출산 권할 줄 모르는 사회

입력 2014-12-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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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은 사회팀 기자

가정 어린이집이 이틀째 집단휴가 투쟁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보육료 지원금을 10% 올려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이다.

아침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만 하는 엄마들은 ‘휴가 투쟁’이란 단어를 듣고 밤잠을 설쳐야 했다. 다행히 원장 등 최소 인력은 출근하고 나머지는 휴가원을 내는 방식으로 투쟁이 진행돼 우려했던 ‘보육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복지부가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의 요구에 “사실상 어렵다”라고 난색을 표한 만큼 언제 또 이런 일이 일어날지는 모를 일이다.

엄마들은 ‘대란’이란 단어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보육대란’, ‘급식대란’, ‘유치원대란’ 등 우리 사회에서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헤쳐나가야 할 대란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산 넘어 산’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요즘 엄마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워킹맘은 죄인”이란 한탄과 이에 동조하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당장 일을 그만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이를 낳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스스로 ‘경력단절여성’의 길을 선택하고마는 엄마들의 모습이 서글프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1.3명으로 잘 알려진 것처럼 세계 최저 수준이다. ‘1+1=2’가 아니라 ‘1+1=1.3’인 셈이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일단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종용한다. 하지만 일하는 동안 내 아이를 누가 맡아줄까 전전긍긍해야 하고, 유치원을 보내기 위해 대학입시보다 험난한 관문을 뚫어야 하는 실상을 빤히 보면서 선뜻 아이를 낳겠다고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해마다 보육 예산을 늘리고 이런저런 장밋빛 정책을 쏟아내지만 1.3이란 숫자는 높으신 분들이 여전히 헛다리만 짚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출산 권하는 사회,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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