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 차기 회장 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한 증권사 관계자가 조용히 말을 꺼내 들었다. 그는 출사표를 던진 모 후보자의 측근이었다. 물음표를 던지자마자 그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혼탁 선거전이 시작된 셈이다.
우려했던 물밑 혼탁 선거 조짐이 마침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출사표를 던진 일부 후보 진영에서 상대를 겨냥한 비방전을 시작한 것이다. 낭설이 불거지고 혼탁전 양상까지 이어지자 “지난 회장 선거 때와 달라진 게 없다”는 금융투자업계의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헙회는 이달 말 회장후보 공고를 내고 내달 중순 이사회를 통해 회장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후보를 정하고 투표는 1월 말에 치른다.
본격적인 선거전을 앞두고 예상은 했으나 상대 후보를 겨냥한 비방전이 시나브로 불거지고 있다. 각각의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 이후 ‘출마의 변’을 앞세워 표심을 모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부 후보의 ‘협회장 자격과 리더십’에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조용한 비방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누구 한 명이 먼저 수면 위로 이런 비방을 끌어올리면 선거전은 곧바로 혼탁전으로 접어들 기세다.
협회장은 정부부처의 장차관이 부럽지 않은 자리다. 주요 증권사는 물론 자산운용사와 선물회사 등 170여개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해 예산이 600억원에 이르고 협회 임직원만 200여명에 달한다. 이런 핵심 조직을 이끄는 협회장은 성과급을 포함한 연봉이 수억원에 이른다.
공공기관이 아닌 덕에 감사원의 정기 감사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금융투자단체 가운데 비교적 느슨하면서 자율적인 조직이라는 특성도 지녔다. 협회장 자리는 달콤한 꿀보직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비방전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상대후보의 과거 흠집을 들추고 투표에 불리한, 근거없는 소문도 이어지고 있다. 각 후보진영은 살얼음 위에서 누가 먼저 상대를 공격하느냐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도 한 후보의 금품살포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막판 선거전이 금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어느 조직이든 선거전의 혼탁 양상은 존재한다. 자리가 걸출한 곳일수록 그리고 후보 간의 우열을 쉽게 가리기 어려울수록 이런 행태는 심해진다.
이러한 혼탁 선거전은 차기 회장에게 또 다른 숙제를 남기게 된다. 협회장은 임기의 시작을 여러 가지 논란에서 시작된 부담을 안고 출발하게 된다.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 논란이 확대되면서 민간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차기 회장은 취임 이후 적극적으로 조직 및 업무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됐던 방만한 예산집행, 회원사들의 불만이던 회원비 납부 제도 등에도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 금융정책 당국과 업계와의 의견 조율에 노력을 기울이기도 전, 혼탁 선거전의 후유증을 추슬러야 하는 부담감을 갖게 돼서는 안된다.
협회장 선거 때마다 불거진 대형증권사와 소형증권사 간 양극화도 해결해야 한다. 자칫 혼탁선거가 차기 회장에게 또 하나의 부담이 돼서는 안된다. 관피아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기회를 십분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