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자자들의 무지, IR 담당자들의 무식

입력 2014-12-2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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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자본시장부 기자

“기자님, 그게 사실인가요? 어디서 들으셨어요? 만약 사실이 아니면 고소할 겁니다.”

본인이 증권부 기자로 현장에서 취재하며 투자자들로부터 종종 듣는 말이다.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없지만 비속어가 섞인 말을 마구 쏟아 붓는 사람도 있다.

투자정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상장사에 관한 한 좋은 정보든 나쁜 정보든 간에 어떤 식으로든 투자자에게 길잡이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에 비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된 탓에 일부 정보를 지나치게 믿어버려 그와 상반된 정보가 나오면 막무가내식 비난과 욕설을 쏟아붓는다.

더욱이 투자에 부정적인 정보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상장사 IR 담당자들의 언행을 보면 투자자들에게 무책임한 것들도 많다.

얼마 전 실적악화로 상장폐지 기로에 놓인 코스닥 상장사에 회사채의 조기상환이 청구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취재 루트를 통해 회사 측에 자금 마련에 대한 대책을 취재했다. 이에 IR담당자에게서 돌아온 첫 마디는 “그게 왜 궁금하신대요?”였다. 그리고 “해당 내용이 공시된 후 확인하라”는 투자에 도움도 되지 않는 내용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대한 취재한 내용을 갖고 분석기사를 내보냈다. 투자자들은 ‘멘붕’에 빠졌고 해당 상장사의 주가는 하루 만에 9% 이상 빠졌다. 해당 회사의 4대 주주라고 자신을 밝힌 투자자는 기자에게 연락을 해 “회사가 진짜 그렇게 말했느냐”고 되물었다.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건 회사의 객관적인 상황뿐만이 아니었다. 위기의 기로에 서 있는 회사를 대변하는 IR담당자는 위기 상황과 관련해서 기자는 물론이고 투자자들에게 어떤 정보도 주지 않았다.

기자는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이 아니라, 루머를 확인해 정확한 정보와 사실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IR담당자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자가 경험한 그런 IR담당자는 회사, 투자자 모두에게 손해를 끼치는 존재다. IR담당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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