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제네릭(복제약) 판매독점권을 부여하는 ‘우선 판매품목 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제약업계에서 대형 제약사와 중소형 제약사 간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우선 판매품목 허가제 도입의 발단은 2012년 체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FTA 추진 일정에 따라 오는 3월부터 국내 제약사들은 미국의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제네릭 허가신청을 한 제약사는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권을 가진 제약사에 이를 통보해야만 한다. 제네릭 개발 시도 사실이 특허권자에게 노출되는 셈인데, 이 경우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제약사가 특허 만료 이전에 제네릭을 개발하고 있다는 걸 이유로 해당 제약사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이전까지는 특허 만료 전 제네릭을 개발해 식약처 허가를 받더라도 특허가 끝난 후 판매하면 문제가 없었는데, 이 제도가 시행되면 허가 단계에서부터 특허권자가 제동을 걸 수 있게 된다. 이를 보완하고자 도입한 것이 바로 우선 판매품목 허가제다.
우선 판매품목 허가제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와의 특허 소송에서 이긴 제약사가 제네릭 판매를 위해 첫 번째로 품목허가를 신청하면 다른 제약사는 같은 성분의 제네릭을 1년간 팔지 못하게 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퍼스트 제네릭(가장 먼저 만들어진 복제약)’에 대해 1년간 판매독점권이 부여되는 것이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제도 도입을 위해 지난해 10월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 제도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은 과도한 중복 허가로 제네릭이 난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을 통해 특허 도전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제네릭의 조기 시장진입으로 국민의 약값 부담 경감과 함께 의약품 선택권이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 시행을 앞두고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이유는 제네릭 개발과 특허 소송 역량을 갖추고 있는 대형사에 유리한 제도라는 시각 때문이다. 중소형사의 경우 독점권을 받기 위해서는 특허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해 제네릭 개발 경쟁에서 대형사에 뒤처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논리다. 또 대형 제약사가 제네릭 시장을 과도하게 독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시민단체 측에서는 이 같은 제네릭 판매독점권을 인정하면 다국적 제약사의 배만 불릴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말 이 제도를 금지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 우선 판매품목 허가제 도입을 앞두고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