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장을 움직인 슈퍼개미의 말 한 마디

입력 2015-01-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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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주 자본시장부 기자

최근 한 코스닥 상장사 주가가 슈퍼개미의 말 한마디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투자자가 해당 상장사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지난해 이 투자자는 기자에게 이미 ‘공개매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기자로서는 욕심이 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데스크와 상의 끝에 이 슈퍼개미가 투자 회사를 ‘공개매수’한다는 내용은 기사화하지 않기로 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호재성 기사를 그냥 내보낼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비밀 유지가 가장 중요할 텐데 기자에게 먼저 공개매수를 언급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후 한 달 동안 이 슈퍼개미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며 공개매수 계획에 대해 물어봤지만 “다른 개인투자자 3명과 함께 공개매수를 검토 중”이라는 기존 답변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불과 며칠 전에도 공개매수를 위한 자문사 선정, 로펌 혹은 변호사와의 접촉 등을 확인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런데 며칠 전 이 슈퍼개미가 공개매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날 주가는 장중 1500원을 기록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보통 개인투자자가 기업 공개매수에 나서면 주가가 급등한다. 회사측과 투자자가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지분을 매집하기 때문이다. 일반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을 호재로 인식한다. 지분을 늘리기 위한 경쟁과정에서 양측이 지분을 사들이면서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슈퍼개미의 공개매수 의지가 약하다고 판단했는지 급등했던 주가는 조금씩 자리를 찾고 있다. 그럼에도 슈퍼개미의 말 한마디에 주가는 100원 정도 오른 상태다.

주식시장에서 말 한 마디는 소문을 만들고 소문은 주가를 움직인다. 호재성 재료가 시장에 떠돌면 투자자들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고, 기대감은 주가를 상승시킨다. 하지만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재료가 실체가 없다면? 당연히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특정 종목에 영향력을 가진 슈퍼개미에게 책임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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