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제학자들이 자본주의는 곧 경쟁이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창업자는 달라야 합니다. 가장 훌륭한 기업은 모방하지 않는 기업이고, 이는 곧 독점적인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 전자결제시스템 회사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벤처투자가인 피터 틸<사진·48>은 24일 오후 연세대 백양콘서트홀에서 열린 특강에서 구글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예로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틸은 페이팔을 통해 안전한 온라인 상거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틸은 이날 ‘더 나은 미래, 제로 투 원(Zero to One)이 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며 독점적 가치를 창출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경영적인 측면에서 다른 사람들이 걷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대답을 하는 것이 좋은 답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저서 ‘제로 투 원’을 발간하고 성공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0(無)에서 1(有)을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틸은 “투자기업을 선택할 때 고려할 것은 ‘아무도 하지 않은 사업인지’와 ‘아무도 투자하지 않았는지’ 여부”라며 “거대한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기업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에서 독점기업이 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틸은 구체적으로 페이스북 역시 처음 등장했을 때 하버드 재학생 1만2000명만을 대상으로 한 작은 시장에 불과했다”며 “하지만 단숨에 시장 점유율 60%를 달성하는 데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틸은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이다.
강연 후 철학과 법학 전공자로서 IT기업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묻는 말에 틸은 “창업은 자신이 실행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거나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나는 암호기술을 화폐와 결합시키는 것에 관심이 있었고 이것이 페이팔 창업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기업가가 되고 싶다는 이유로 창업하는 것은 거부나 유명해지고 싶다는 뜻”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특강에는 대학생 등 700여 명이 강연장을 채웠고,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참석했다.
안 전 공동대표는 강연 후 취재진에 민관 협력체인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견해를 묻고 싶었다면서 “새로운 혁신이라는 것이 자생적으로 좋은 토양에서 되는 거지 정부나 대기업이 주도해서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 규모나 국토 면적에서는 한 곳에 집중해도 성공 확률이 그리 높지 않은데 17곳에 분산해서, 사실 그게 역량을 분산한다면 성공확률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