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질 개선을 위해 마련된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은 수익성 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정부 말만 믿고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고객들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한탄한다. 가장 도움이 절실한 제2금융권 대출자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대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책 취지는 좋지만 재원 한계, 모럴해저드 발생 등 문제를 감안하지 많고 추진해 벌집을 건드린 상황이 됐다며, 자칫 안심전환대출이 제2의 무상복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의 이틀간 누적 승인액은 9조163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수로는 8만140건에 달한다. 그야말로 광풍이다. 금융위는 일단 다음달치 배정분을 조기 투입해 시장 수요를 메꾸고 있다. 올해 편성된 20조원에 대한 증액까지 검토중이다.
그러나 취지와는 다르게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가장 도움이 절실한 2금융권 대출자들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자신들보다 더 금리가 낮은 은행권 대출자들만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금융위원회가 이를 감안해 2금융권 대상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원리금 균등상환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제2금융권에서 안심전환대출을 받게 해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어 상호금융권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원리금 균등상환이 어려운 분들이 많아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말만 믿고 고정금리로 주담대를 받은 대출자는 더 답답하다. 정부가 아예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 계속해서 기회비용을 잃게 되자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지고 있다.
임종룡 위원장은 전일 한 행사에 참석해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안심전환대출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은행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올해 20조원의 한도가 모두 소진될 경우 시중 은행들은 1400억원~160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A은행 관계자는 “상대적 고금리인 기존 대출을 포기하고 저금리의 정책상품으로 바꿔주고 있어 은행으로썬 일하면서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라며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다른 업무는 마비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세금을 투입해 일부 계층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언젠간 정부에서 금리를 낮춰주겠지’란 기대감을 확산시켜 채무자들의 도덕적해이까지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안심전환대출 재원은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을 통해 마련된다. 법으로 정해진 발행규모는 자본의 50배까지지만 건전성을 위해 주금공은 35배 정도로 조절하고 있다. 이 배수는 상환에 따라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안심전환대출 증액을 확정한다면 주금공으로선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만약 주금공이 부실해지면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국민주택기금 등에서 추가 출자를 통해 증자해야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일부 계층만 수혜를 보는 정책에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