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페이스북.
페이스북이 얼마 전 '작은 변화'를 일으키며 이목을 끌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친구' 목록을 보여주는 아이콘과
'그룹' 아이콘의 디자인이 일부 변경된 것인데요.
한 마디로 여성과 남성의 실루엣의 위치와 크기가 수정된 것입니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사진 왼쪽에 있는 과거 '친구' 목록 아이콘.
남자가 '앞'에 서 있고 그 '뒤'에 여성이 조그맣게 그려져있죠.
그러나 변경된 새 '친구' 목록 아이콘(사진 오른쪽)에서는 여자가 '앞'에 있고
남성이 바로 그 '옆'에 같은 크기로 있는 모습입니다.
'그룹' 아이콘도 변했습니다.
이전 아이콘(사진 왼쪽)에서는 남성이 '중앙'에 있고
이 남성을 중심으로 작은 남녀가 서 있는 모습이었는데요.
새 아이콘에서는 여성이 '중심'에 있고
양 옆에 남성들이 여성 뒤 쪽에 서있는 모습입니다.
CNN을 비롯해 미국 언론들은
'양성평등'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며 의미를 부여,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작은 변화에 미국 언론들은 왜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걸까요?
고작 아이콘 디자인 변경을 두고 '양성평등'까지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아닐까요?
여기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성차별'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아이콘의 디자인을 수정한 페이스북 디자인 직원 캐이틀린 위너.
블로그 미디어인 '미디엄 포스트'에
"친구 아이콘과 그룹 아이콘을 보고 '성 차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디자인 변경에 대한 배경을 이야기했습니다.
즉 남성이 맨 앞에 나와있는 이전의 페이스북 아이콘.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르게
'남성 우위' '남성 우월' '남성 우선' 이라는 개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죠.
이러한 문제가 페이스북 아이콘뿐일까요.
우리 일상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많은 곳에서 '알게 모르게'
성차별이 일어나고 있죠.
우리가 흔히 보는 뉴스 진행자의 모습입니다.
혹시 여기서 '성차별'적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 눈치채셨나요?
오후 8시나 9시 등 황금시간대의 뉴스. 매체의 성향이나 특징을 막론하고
모두들 화면 왼쪽에는 중년 남성, 오른쪽에는 젊고 예쁜 여성앵커가 자리합니다.
여기에는 '남자는 실력, 여자는 외모'라는 보수적 가치관이 깔려있죠.
기자 직종 전문성을 가진 중년의 남성앵커와 달리
여성앵커는 상대적으로 전달자 역할만 강조되다 보니
나이든 여성보다 예쁘고 젊은 여성이 선호되는 것이죠.
대부분의 기상캐스터가 짧은 미니스커트에 킬힐을 신은
젊은 여성이라는 점도 이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여고생' '여중' '여고'라는 표현에도 성차별 인식이 깔려있다는 지적입니다.
여학생만 다니는 학교를 여자중학교(여중), 여자고등학교(여고)라고
부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남학생만 다니는 학교에는
왜 공평하게 '남자중학교' '남자고등학교'라고 부르지 않고
'ㅇㅇ중학교' 'ㅇㅇ고등학교'라고만 부르는지...
한번이라도 '이상하다'고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처녀작'이라는 단어에도 성차별이 담겨있는데요.
처음으로 내놓는 작품이라는 표현에 왜 '총각작'은 없고
왜 '처녀작'이라는 단어만 있는 걸까요?
특히 '처녀작'은 처녀의 깨끗한 순결의 이미지를 떠올려서 만들어진 단어로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순결 이데올로기가 담겨있다는 지적입니다.
성차별을 넘어 최근 '여성 혐오'적인 단어가 아무렇게 쓰이고 있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자본주의에 충실한 세속적인 여성을 뜻하는 ,'김치녀'
성형한 여성을 '성형괴물'이라고 비하하는 '성괴녀'
논리적 설명이나 근거 제시없이 책임회피하거나 짜증내는
'여성적인' 행동을 뜻하는 '아몰랑' 등...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적인 뜻이 담긴 표현이
인터넷 상은 물론 TV 프로그램에도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있어
여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죠.
인터넷 아이콘이나 유행어, 그리고 관용어까지...
우리 일상 속에서 종종 쓰이는 것들.
작고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생각과 인식을 지배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무심코 쓰는 표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양성평등'의 실천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