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유정은 어느새 숙녀의 향기를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1999년생으로 올해 만 16세. 여전히 앳되지만 4살 때부터 촬영 현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아역스타의 내공이 또래와 다른 느낌을 줬으리라.
한 명의 스타가 연기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역시 작품의 힘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5일 개봉한 김유정의 영화 ‘비밀’은 충무로 걸출한 여배우의 탄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김유정은 ‘비밀’에서 살인자의 딸 정현 역을 맡아 복합적인 감정을 스크린에 마음껏 표현했다.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가진 김유정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내면에 많은 감정을 숨기고 있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많이 고민하고 배울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현이란 캐릭터를 통해 관객에게 다가가려 노력했다. 스스로 만족 못한 부분도 많았지만 여배우로서 성장에 대한 좋은 평이 많아 감사했다.”
그녀의 말처럼 김유정은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전환점에 서 있다. 지난해 개봉한 ‘우아한 거짓말’부터 ‘비밀’까지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하고 있다.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에 반해 놓치는 부분도 있다. 저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매 작품 노력하는 자세로 임했지만 특히 이번 작품은 터닝 포인트가 됐다.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이 영화를 통해 배운 것이 많았다.”
연기자이기 이전에 김유정은 학생이다. 인터뷰 중간 “스케줄이 바빠 중간고사를 못 치렀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학교생활도 하고 싶은데 고등학교 올라오니 더 힘들어진다. 친구들도 저도 미래의 진로를 결정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단계다. 저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친구들을 위해 제가 겪은 것을 얘기해주기도 한다. 학교에 빠지는 것은 미안한 일이다. 연기 활동과 학업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 항상 고민이 된다.”
김유정은 잘 자란 아역의 대표 여배우다. 연기력은 물론이고 미모도 출중해 남성 팬들의 이목을 한 몸에 사로잡는다. 뷰티 노하우를 묻자 김유정은 부끄러워하며 겸손한 대답을 전했다.
“얼굴에 젖살이 빠지면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일부러 꾸미려고 안 한다. 오히려 역효과다. 평소 꾸미고 다니지 않는다.”
김유정은 인터뷰 말미 연기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어느 순간부터 안 하면 허전하다. 일상생활이 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익숙하고 편안한 존재다. 연기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쌓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매력적이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 많은 사람과 마주치고 만나면서 배우고 경험하는 게 즐겁고 좋다. 진짜 배우라는 말이 듣고 싶다. 향기 없는 꽃이 아니라 가득 머금은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김유정은 ‘비밀’의 아쉬운 흥행에 대해서도 성숙한 답변을 내놓았다.
“어둡고 무거운 주제의 영화지만 영화를 보고 친구나 가족들과 한 번 더 얘기하게 되는 영화다. 1명의 관객이라도 영화를 보고 여운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은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많이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